[ 부부 갈등 ] 아내는 제가 열심히 일하는 것도 못마땅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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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49세 남성입니다. 40세에 결혼하여 현재 두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저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기반을 잡고 나서 가정을 이루고 싶어서 늦게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하게 살았고, 학력도 중졸입니다. 열심히 살아서 지금은 꽤 잘되는 만물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상가골목에서 가장 일찍 가게 문을 열고 가장 늦게 닫습니다.
휴일에도 물건을 찾는 손님들이 있기도 하지만, 사실은 제가 가게 문을 닫고 집에서 놀고 있으면 오히려 마음이 불안해서
휴일에도 가게 문을 열어 놓고 연중무휴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새벽부터 남의 집 일을 해도 7남매 자녀들에게 제대로 세끼 밥 먹이기도 어려웠습니다.
아버지는 무슨 일이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마땅한 일거리가 없어서 마냥 노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돈을 버는 일은 아무리 힘이 들어도 기쁘고 즐겁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일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가게가 있다는 것이 너무 좋고 제 꿈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지만 아내는 늘 불만입니다.
휴일에 가족 모두 함께 나들이하고 외식하는 다른 가족과 비교합니다.
지난 주말, 아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를 갔습니다. 놀이동산도 가고, 옷도 사고, 운동화도 사고, 맛있는 것도 먹고, 쇼핑도 했다고 합니다.
저녁에 저의 가게에 들른 아내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은,
‘당신이 이 좁은 가게에서 종일 일해서 번 돈으로 우리는 오늘 즐겁게 놀고, 맛있는 것 먹고 정말 신나는 하루였어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아니야 내가 미안하지. 당신 혼자서 하루 종일 힘들게 애들 데리고 다니느라 고생만 시켜서 미안해!’
라고 말할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내가 무슨 과부도 아니고, 휴일마다 나만 애들 데리고 청승맞게 도대체 이게 뭐야! 하루쯤 가게 문 닫고 논다고 우리가 망하나?
뭐가 불안해서 못 쉬는데? 휴일이 왜 있는데? 쉬라고 있는 거 아니야? 당신보다 더 어렵게 살았다는 옆집은 며칠씩 해외여행도 갑디다.’
라고 화를 내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욱해서 그만 아내에게 물건을 집어던졌습니다. 종일 가족을 좋은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그만 이런 험악한 상황을 만들어버렸습니다.
늘 마음하곤 다르게 됩니다. 저도 문제가 많지요?
좋은 남편도 되고 싶고, 좋은 아버지도 되고 싶습니다.
A.
자녀에게 존경받는 아버지, 아내에게 든든한 남편이 되고 싶은데 생각만큼 잘되지 않아 속이 많이 상하셨군요.
그래도 우선 어릴 때 소원이 이루어져 만물상도 운영하고, 가정도 이루었으니 다행입니다.
어린 시절, 당신이 부모님께 가장 바랐던 것은 끼니 걱정하지 않고, 돈 걱정 없이 학교에 보내주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이 어머니 입장이었다면 현재의 당신 모습은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100점짜리입니다.
그러나 아내는 주말에 함께 집안정리도 하고, 외출도 하고, 산책도 하고, 여행도 하는 남편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두 자녀는 아버지와 함께 목욕도 가고 놀이동산도 가고, 영화도 가고, 공원도 가고, 운동도 함께 하는 아버지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아내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 있었지요?
마찬가지로 아내도 당신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이 있었습니다.
두 분 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 보다는 각자가 ‘하고 싶은 말’을 했군요.
이제 당신의 청사진을 조금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
쉬는 날 없이 일만 하는 삶보다는 휴일을 멋지게 즐길 수 있는 삶이 더 멋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가 원하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더 이상 지난 과거에 감금된 포로가 되지 말고 한 달에 하루 정도 다르게 살아보십시오.
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은 자녀들 마음에 좋은 기분으로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입니다.
아내에게 ‘듣고 싶은 말’을 기대하기 전에,
먼저 아내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 주십시오.
조금씩...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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