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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족을 위하여 (상담사례 모음)

[ 부부갈등 ] 무던하던 남편이 크게 화를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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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724회 작성일 19-10-0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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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결혼 22년차 주부입니다. 최근 남편이 아주 크게 화를 내서 부부 사이가 어색해졌습니다.

남편은 정말 무던한 성격이라 제가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화를 내지 않는 사람입니다. 저희는 싸움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저 혼자 화내고 소리 지르다가 제 풀에 꺾입니다. 가족들도 저는 까칠하고 남편은 무던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남편은 언제나 한결같은 좋은 사람입니다.


  최근 저는 완전 스트레스 상태입니다. 올해 여든이신 시아버님께서 저희 집에서 차로 세 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혼자 살고 계시는데 

작년에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태라서 항암 치료만 받았습니다

평소 점잖으시던 아버님도 당신 몸이 아프시니까 짜증을 많이 내십니다.

 ‘아파서 죽을 것 같으니 병원에 데려다 달라!’,

 ‘너무 갑갑하니 퇴원해서 집으로 데려다 달라!’ 를 여러 차례 반복했습니다.

  남편은 월차, 연차 휴가를 모두 사용해서 무조건 달려갑니다. 남편은 외동인데도 직장 때문에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걸 항상 불편하게 생각했습니다.

시어머님 돌아가시고 난 뒤에는 더욱 그런 생각이 강했던지, 처가 식구들과 만나는 행사가 있는 다음 주는 반드시 아버님을 찾아뵙곤 했습니다

남편은 이게 마지막이란 생각을 하는 가 봅니다. 그렇지만 오며 가며 경비도 많이 들고, 밤길 운전도 위험하고, 피곤한 모습으로 돌아온 남편도 아깝습니다

아버님도 이제 고집 피우지 마시고 요양원에서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친정 부모님은 절대 자식에게 귀찮은 일을 부탁하지도 않았습니다

거동이 불편해지자 두 분이 알아서 실버타운으로 가셨습니다.

  

  며칠 전 새벽에 걸려온 전화를 받고 달려갈 채비를 하는 남편에게

아들 좀 그만 부르시지!, 이 새벽에 해도 해도 너무 하시는 것 아냐!’ 라고 했더니

그만!’ 하고 고함을 지르고는 문을 쾅 닫고 나갔습니다.

사실 저한테는 함께 가자는 말도 안 하고, 죽을 끓여달라는 말도 안하고, 집으로 모셔 오잔 말도 안합니다

그래도 전 속이 상합니다. 하지만 옆에서 딸도 저더러 참으라고 하네요. 제가 잘못했나요?



A.

  무던한 남편이 버럭 화를 내서 속상하셨군요. 거기다 딸까지 아빠 편인 것 같고요

남편을 아끼는 마음에 한 말인데 남편은 그런 아내의 속마음도 헤아리지 못하고 말입니다

친정과 시댁은 결혼한 자녀를 대하는 방식이 아주 다르군요.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면서 시댁 어른들에게 불만이 생길 만도 하네요

그 무던한 남편이 버럭 화를 내서 속상하다는 말은 좀 더 성숙한 아내가 되고 싶다는 속마음의 다른 표현인 것 같은데 맞습니까?


  성숙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습니다

남편의 마음을 읽어본다면? 이제 곧 아버지를 영영 뵐 수 없게 되겠지요

직장 때문에 멀리 떨어져 사는 바람에 자주 안부 여쭙지 못한 게 못내 아쉽겠지요

처갓집 행사 때마다 멀리 계시는 아버지께 미안한 마음도 들었겠지요.

젊을 때는 철이 없어서, 나이 들어서는 직장 일이 바빠서, 이런 저런 이유로 효도를 미룬 게 마음에 많이 걸리겠지요

그래서 부르면 달려가는 것이 하나도 힘들지 않고 무어라도 더 해 드리고 싶겠지요. 이제 눈 감으면 끝이라는 생각이 들겠지요.

지금 원하시는 것을 해 드리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얼른 해드리고 싶은 게지요

아버지 곁에 있으면 어린 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르겠지요. 훅 지나간 세월이 야속하기도 하겠지요

남편은 지금 아버지와 아름답게 작별하는 작업에 몰입되어 있습니다.

 

  이제 남편의 마음이 조금 이해가 된다면 남편이 하는 것을 그대로 존중하세요

먼 훗날 당신의 전화를 받고 달려 나가는 따님의 뒤통수에 대고 사위가 화를 낸다면 그 얼마나 속상할 일입니까!

자기 부모에게 향한 마음과 배우자의 부모에게 향한 마음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남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가 원하는 것을 물어보고 웬만하면 다 들어주세요

옆에 있는 딸이 잘 보고 배울 겁니다.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