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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족을 위하여 (상담사례 모음)

[ 자녀 양육 ] 저와 성격이 다른 딸을 감당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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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919회 작성일 19-08-2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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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초등학교 4학년 큰 딸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정리 정돈이 안되고, 자기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노는 것만 좋아하고

학원 지각은 다반사이고, 30분을 지긋이 앉아있질 못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하기 싫어요.’, ‘조금 있다 할께요.’ 한번 무엇에 꽂히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이제 4학년이 되어서 2살 아래 남동생을 챙겨주길 바랬는데 오히려 동생이 누나를 챙깁니다

그러니 늘 제 칭찬은 아들에게만 돌아갑니다. 제 모습을 본 남편은 제가 딸에게는 독재형 엄마, 아들에게는 허용형 엄마래요


  제가 딸에게 자주 하는 말은 엄마는 너 만할 때’ ‘도대체 이해가 안돼!’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가족의 밥을 지었습니다

무능했던 아버지 대신 생계를 책임졌던 엄마를 도와 동생들의 양육자 역할을 했습니다

중고시절엔 하교하고 엄마를 도와 가게에서 일했고,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회사에 취직해서 남동생의 대학 학비를 댔습니다

저는 정말 대학에 가고 싶었고 공부도 마음껏 하고 싶었습니다. 학창시절 못해 본 게 너무나 많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학원 수강, 여행, 영화관, 백화점 쇼핑 등등. 그러나 저는 불평이나 투정, 어리광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말끝마다 토를 달고 자기 고집을 부리는 딸을 보면 얄밉고 화가 납니다.


  며칠 전 딸과 함께 걸스카웃 행사를 위해 준비물을 챙기다가 폭발하듯이 화를 냈습니다

흥분하고 들떠 있는 딸이 얄미워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고 짜증을 내며 결국 제 생각대로 해버렸습니다

들떠서 재잘거리던 딸은 아주 풀이 죽은 모습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그 뒷모습이 얼마나 짠했는지 모릅니다. 늘 이런 식입니다

제가 많이 잘못하고 있는 건가요?

 


A.

  잘 지내고 싶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딸 때문에 많이 지치셨군요

자신이 지내온 시간과 비교하면 이해가 안되는 건 당연하겠네요

11살부터 집안일과 동생 돌보기를 했다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은 당연히 억압했겠지요

늘 어른의 기대에 부응하는 철든 아이의 모습이었군요.

 

  이렇게 어렸을 때 어른처럼 행동해온 아이가 막상 성인이 되어서는 감정 조절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를 성인아이라고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억압했던 감정이 올라와 현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유치한 행동을 표출하는 것입니다

며칠 전 걸스카웃 사건을 예로 들면, 들떠서 보채는 딸을 보면서 난 지금 퇴근해서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어째 너는 노는 타령만 계속하니?’ 

라는 생각과 함께 부러움, 질투심, 얄미움의 감정이 강하게 올라옵니다

그러면 딸과 잘 지내고 싶다는 평소 생각과 보다 성숙된 모습으로 대하고 싶다는 마음은 순식간에 유치한 아이의 감정 뒤에 숨어버립니다.


  우리는 감정을 잘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이었던 사람이 수술로 시력을 회복했을 때, 잘 보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자신의 감정을 잘 다루는 방법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합니다.

자기 재양육이란 말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양육자로부터 충분히 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사람이 스스로 자신을 다시 양육하는 것입니다

자기 재양육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세요. 자신만을 위하여 영화도 보고, 예쁜 손수건도 사고, 카페에서 한 잔의 커피로 사치도 누려봅니다

매주 2시간 정도 자신을 위한 기분 좋은 시간을 지속적으로 가집니다

자신을 마치 새로 입양한 아이 취급하며, 사랑으로 보호하며 돈을 들여 가르칩니다


우리 딸을 정서적으로 따뜻하게 잘 돌보고 싶은 것 맞지요? 가장 큰 정서적 돌봄은 속사정을 물어 봐주고,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입니다

지금 안 하고 싶은 이유가 있겠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이유가 있겠지?’ 

엄마의 방식이 아닌 딸의 방식을 존중하세요.

엄마가 진정으로 행복해지면, 그 딸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숙녀로 성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