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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족을 위하여 (상담사례 모음)

[ 가족 갈등 ] 저의 어머니가 너무 철이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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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107회 작성일 19-05-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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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7세 청년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외갓집에서 자랐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낳기 전에 아버지와 헤어졌고, 저를 낳자마자 외갓집에 맡긴 후 자유로운 자신의 삶을 살았습니다.

엄마가 주말에 널 보러 갈께!’, ‘할머니 말 잘 듣고 있으면 엄마가 곧 데리러 갈께!’ 라는 말을 매주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가끔씩만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올 때마다 할머니와 싸웠습니다

제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어머니랑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젊은 어머니는 저를 감당하지 못해 매일 화만 냈습니다

저도 가슴속에서 불덩이 같은 것이 올라와 가만히 있지 않고 대들었습니다.

당시 공부는 전혀 되지 않았고 그저 친구들과 노는 것만이 답답함의 탈출구였습니다

결국 저는 집을 나와 힘들게 혼자서 알바를 하며 학교를 마치고 군대도 다녀왔습니다.


  집을 떠나 방황을 하는 동안 저는 인격적으로 훌륭하신 고3 담임 선생님과 인간적인 조언을 해준 군대 선후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 내가 진심으로 대하고, 성실하게 행동하면 나도 인정을 받는구나!’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죽을 각오로 노력해서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직장에 정규직으로 취업하여 열심히 일했습니다

일은 힘들었지만 인정도 받고 돈도 모았습니다. ‘성인이 되면 이렇게 좋구나!’ ‘나도 이제 열심히 일하면 인간 답게 살아갈 수 있겠구나!’ 

지금 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대견스럽고 가슴 벅차서 혼자 눈물을 흘린 적도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떳떳해지자 소원했던 가족들에게도 연락을 해서 소식을 주고받으면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직장에서 손을 다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수술 후 회복기이며 열심히 물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술하는 날 어머니가 병원에 오지 않았습니다. 깜박 잊고 여행을 가셨다고 하네요

자기밖에 모르는 어머니가 정말 부끄럽고 창피해서, 친한 친구들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어머니가 자신의 가게 재계약 때문에 돈이 필요하다고 저더러 대출을 부탁하네요

그냥 달라는 게 아니라 빌려 달라고요. 제 사정을 잘 아는 친구들은 모두 말립니다

하지만 이제 제게 진짜 가족은 어머니밖에 없는데, 어머니의 다급한 사정을 나몰라라 해도 되는 걸까요?

너무 고민이 됩니다.


A.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잘 견뎌 오셨군요. 힘들게 살아오느라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부모님이 돌보는 안전하고 따뜻한 가정은 아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늘 고마운 사람들이 곁에 있었군요.

그리고 고마운 사람을 알아보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셨습니다.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가 너무 고마운 분들입니다. 어린 시절을 안전하게 품어주셨군요

3 담임 선생님도 정말 고마운 분입니다. 학업 중단에 대한 의미를 잘 모르는 학생에게 먼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큰 선물을 주셨군요

군대에서 인간성 좋은 선후배를 만난 건 행운입니다. 그들 역시 인간성 좋은 사람을 알아 본거죠

제일 운이 좋은 것은 항상 곁에 머물러주며 편이 되어준 의리 있는 친구들입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잘 살아온 자신의 생명력과 회복 탄력성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삶이 시작될 수 있게 생명을 준 사람은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는 생명을 주었습니다

삶의 시작은 어머니가 자식을 포기 하지 않고 낳아서 믿을 만한 사람에게 핏덩이를 건넸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늘 그립고, 함께 있고 싶고, 사랑 받고, 사랑을 주고 싶은 존재입니다

엄마를 얼마나 깊이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잘해주고 싶어 하는지 잘 느껴집니다.


  그러나 돈은 사람과 사랑을 속일 수도 있습니다.

딱 한 번 정도 현재 자신의 경제 여건에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빌려주는 게 아니라 아깝게 생각되지 않는 정도의 액수 만큼만 그냥 드리세요

대출로 많은 액수를 해 드리면 두 사람 모두 큰 고통을 받을 수도 있고 세월이 지나도 서로 원수로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먼 훗날 어머니가 기력이 없으실 때 다른 방식으로 효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돈 문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친구들의 조언은 맞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의 요청에 당장 응해드리고 싶은 아들의 마음도 맞습니다.

앞으로 소신 있게 문제에 대처해나가다 보면 언젠가 모자가 보다 더 성숙한 사람으로 만나게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