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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족을 위하여 (상담사례 모음)

[ 가족 갈등 ] 손주를 돌보면서 아들 내외 뒤치닥꺼리를 하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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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168회 작성일 19-03-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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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4 살 배기 손자를 돌보고 있는 할머니입니다. 결혼한 장남이 가까이 살고 있습니다

딸이 없었던 저는 예전부터 며느리를 딸처럼 여기며 가족처럼 잘 지내는 장면을 꿈 꾸었습니다

사람들은 딸 같은 며느리는 없다고 들 하지만 저는 제가 잘 해주면 된다고 믿고 자신 만만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제가 결혼 초기에 너무 힘들게 육아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시어머니와 함께 살며 맞벌이로 일을 하며 두 아들을 도맡아 키워야 했습니다

북적거리는 집에서 어머니도 힘드셨겠지요. 하지만 저는 늘 죄인 심정 이었습니다

직장 회식에 참석하는 것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했고 언제나 퇴근을 서둘렀으며, 퇴근 후 집안일은 모두 제 차지 였습니다

주말은 시댁 가족 모임으로 언제나 집이 북적여 우리 부부만의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우울했고, 두 아들에게 이유 없이 짜증을 많이 냈습니다

직장에서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마치 더 힘든 제 2의 직장으로 출근하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들 내외와 따로 살면서 필요한 도움을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해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들 내외는 육아와 식사 등 가정 생활 대부분을 저에게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부탁하기 전에 척척 알아서 해주고 손자도 돌봐주고요

심지어 주말에는 제가 젊을 때 못해본 둘만의 데이트를 하라고 아들 내외를 등 떠밀어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며느리의 해외 출장이 친구들과 같이 간 힐링 여행 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여행을 가도 제가 가야 되지 않나요? 이 나이에 여행도 못 가고 꼼짝 없이 매여서 무슨 팔자가 이럴 수가 있습니까

자기 사정만 생각하며 너무나 당당하게 저에게 부탁하고 요구하는 며느리가 밉습니다

그런 며느리와 입을 맞춰 엄마에게 거짓말하는 아들은 더욱 꼴도 보기 싫습니다

제가 이렇게 잘해주면 미안해 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예전의 저처럼 죄인인 양 죽어 지내지는 못하더라도 말입니다

마음이 이러니 이제 손자까지 싫어지려고 합니다. 자꾸 눈물이 납니다. 남편은 저더러 바보 같다고 하는군요.

어떻게 제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A.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육아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기 때문에 원래 젊은 부모의 담당입니다

잠시도 눈 돌릴 수도 없이 집중해야 그날 하루 별 탈 없이 지나가는 거지요

그래서 실제로 직업으로 아이 돌보미 (베이비시터)’를 하시는 분은 아이만 돌봅니다음식 준비나 청소, 세탁 등을 함께 맡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연세에 아들 내외의 식사까지 해결해주시고 거기다가 주말에는 연장 근무 까지 하고 계시군요

당연히 어렵고 힘들고 억울하시겠습니다.

자신의 자녀 양육 시기에 며느리 입장에서 겪었던 어렵고 힘들었던 사정을 너무나 잘 알기에 선한 마음으로 시작했군요

그런데 아마 그 당시 겪었던 억울한 감정에 대해 제대로 정리해 볼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때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현이라도 해봤더라면 이렇게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확실한 것은 지금 너무 지쳤다는 겁니다. 그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손자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3년을 할머니와 따뜻하게 보냈군요

이제는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하세요. 할머니가 손을 조금 놓아도 다 잘 돌아가게 되어있습니다

지나친 것은 모자람보다 결코 좋을 것이 없습니다

실컷 잘하다가 미워하면서 돌아서거나 관계가 서먹해진다면 너무 어리석은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도움을 주는 인간관계에서는 늘 자기 돌보기상대방 돌보기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며느리와 아들, 손자의 입장을 우선하느라 자신의 욕구를 무시한 채 행동해 오셨습니다

이제 자기 돌보기가 필요하다는 신호가 왔군요. 음식 만들기와 주말 돌보기를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은 어떨까요

여행 계획을 세운 후, 아들에게 당신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비상 대책을 세우라고 말하면 어떨까요

당장 과감한 휴식과 위로가 필요합니다. 힐링에 대한 강력 처방이 필요합니다

안정되고 여유 있는 시어머니는 진정으로 며느리를 딸처럼 여겨, 친구와의 힐링 여행도 이해하며 넘어갈 수 있답니다

그러나 딸같이 대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목표입니다. 자녀들은 부모의 마음을 절대 이해 못합니다

손주 돌보는 것과 며느리 돕는 것은 의무가 아닙니다. 선택입니다.

자신을 잘 돌보는 사람이 남을 도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