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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족을 위하여 (상담사례 모음)

[ 가족 갈등 ] 김장과 시댁 행사에 너무 화가 나고 지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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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154회 작성일 19-01-1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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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두 아들을 둔 결혼 15년 차 직장 맘 입니다.

 제 생일은 시어머니 생신과 같은 달이고 딱 하루 차이 납니다. 당연히 제 생일은 어머님 생신에 밀립니다

결혼 첫해엔 정성껏 시어머니 생신 상을 저희 집에서 차렸습니다

그 후 사정에 따라 장소나 방식은 달랐지만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일은 항상 며느리인 제 몫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어머니 제안으로 김장과 생신을 합쳐서 시댁에서 1박 2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11월 마지막 주말에 김장도 하고 생신도 겸해서 시댁 식구들이 만납니다. 시누이들은 모두 찬성했지만 저는 불만이 많습니다.

김장만 해도 일이 많은데 어머님 생신 상차림 준비도 미리 해야 합니다.


  올해도 그렇게 약속이 잡혔습니다. 제 생일은 그 자리에서 자네도 축하해.’ ‘외숙모 축하해요.하며 박수 치면 그걸로 끝입니다.

정말 마음에 안 들고 서운합니다. 오붓하게 자녀의 축하도 받고, 남편 사랑도 확인하고 싶은 제 생일인데 정작 저는 가장 힘든 노동만 합니다

이런 제 불만을 전혀 이해할 줄 모르는 남편의 반응은 엉뚱하기만 합니다

이번 김장에 못 오는 사람 있어

이번 김장 끝나고는 윷놀이 어때?’

김장이 담 주 맞지?’

김장 준비 잘 돼 가는지 어머니께 전화 해봤어?’

그 놈의 김장 말만 들어도 울컥하며 짜증이 올라오는데 남편은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 합니다

김장 후 집에 돌아와 온 몸에 밴 김치 냄새가 사라질 때까지

그리고 김장 후 몸살이 나서 아프신 어머님 병문안까지 저의 스트레스는 계속 됩니다.


  제 친정 언니는 이 이야기를 듣고 제 속도 모르고 요즘 보기 드문 아름다운 집안 모임이라고 부러워합니다

사실 친정 어머니도 모여서 김장하시길 원했으나 올케들의 협조가 없어 화는 나지만 어쩔 수 없이 체념했습니다

근데 저는 왜 이토록 심술이 날까요

제 생일이 그냥 묻혀 지나가서 섭섭한 마음 때문일까요

들떠서 어린애 마냥 좋아하는 남편 표정이 왜 그리도 얄미울까요?


A.

   직장 맘 입장에서 자신의 생일 주간에 1박 2일 시댁 행사는 짜증이 날만한 스케쥴입니다

더구나 김장은 실제로 노동 강도가 높은 힘든 일이지요. 해마다 이 때가 되면 좋든 싫든 해야만 하는 숙제로 여겨져 스트레스 상태가 되는군요

더구나 김치가 예전만큼 구하기 어려운 음식도 아니고 매일 매일 꼭 식탁에 올라야 하는 음식도 아닌데 말입니다

행사 전에 스트레스 받고, 행사는 힘들고, 행사 후 긴 시간 후유증이 있는 힘든 숙제. 그래서 의미 없는 일로 여겨지는군요


  그런데 어머님과 남편의 입장은 나와 다른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오랜 시간을 두고 차곡차곡 준비한 김장 재료들을 모두 꺼내 놓고 진두지휘하시겠지요.

며느리와 사위 앞에서 맘껏 자랑하고 뽐낼 수 있는 기회. 그 자리에 모인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더 잘 할 수 있는 김장 전문가.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면 아랫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속으로 신이 나시겠어요

그리고 푸짐하게 담은 김치 통을 차에 싣고 집으로 가는 자녀들을 보며 오랫동안 흐뭇해 하시겠지요

아들은 어머니의 그 자신감 넘치고 활기찬 모습과 밝은 표정을 보는 것이 즐겁겠지요

마치 수학여행 가기 전 준비하면서 설레고, 여행 다녀와서는 뒷 이야기를 해도 해도 더 하고 싶은 심정이랄까

그래서 남편은 그 들뜬 주말 행사 전에 소년의 심정으로 누군가와 일주일 내내 얘기하고 싶었던 게지요.

김장행사가 당신에게는 숙제, 남편에게는 축제로 다가갑니다


  그렇다고 남편의 축제 기분을 맞춰주며 자신의 좁은 속마음을 탓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책은 아니지요.

따로 자신만의 생일 주간을 정해서 정말 마음에 들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때요

낳아주신 친정 부모님께 감사도 표시하고, 갖고 싶은 물건도 그 때 배달 시키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음식도 나누고, 듣고 싶은 말을 적어서 남편에게 전달 후 받아내는 시간도 가지는 등등 말입니다.

숙제를 잘 끝낸 자신에게 좀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주일을 선물하는 겁니다

일주일 내내 아주 특별하게 말입니다.

이 상황을 내 마음에 들게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