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내가 처갓집에 소홀했다고 화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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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결혼 한지 20년이 된 부부입니다. 아내가 작년부터 우울증이 왔다고 합니다. 자주 울고, 툭하면 저에게 시비를 겁니다. 헤어지자고도 합니다. 매일 이렇게 시달리는 것이 1년이 되어갑니다. 정말 괴롭습니다. 아내가 저에게 시비를 걸어온 것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작년 이맘때부터 시작 된 것 같습니다. 아내는 강원도 친정에서 이곳으로 시집을 와서, 가까이 부모 형제, 친구 없이 저만 보고 살아왔습니다. 근처에 사는 저의 부모님과 네 명의 제 여동생들에게 성심성의껏 했습니다. 특히 이혼하고 어렵게 사는 여동생에게는 대출을 내어 작은 아파트도 마련 해 주고 그 대출금을 갚아주었습니다. 시골 부모님이 일손 바쁜 가을이 되면 녹초가 되도록 과수원일도 도왔습니다. 맞벌이하며 바쁜 가운데서도 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정말 부지런하고 마음 착한 아내였습니다.
아내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겨울부터입니다. 처갓집 조카가 골수이식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남의 아들인 그 조카는 출생부터 면역결핍으로 주변을 안타깝게 했던 아이입니다. 아내가 저에게 “이번에 적금 탄 오백만원을 친정 조카를 위해 수술비로 내고 싶어요. 그동안 멀리 살면서 친정에 너무 소홀한 것이 미안해서”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때 “오백만원이나? 그 만큼이나 많이?" 하고는 생각을 좀 하기로 하고 대답을 미루었습니다. 처남이 자식을 위해 어련히 수술비를 마련했을까 하는 안이한 마음도 있었고, 솔직히 그 돈은 출가외인이 조카에게 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내가 더 이상 얘기 하지 않아 저는 그 문제는 잊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 곧 바로 저의 여동생을 위해 붓고 있던 아파트 대출금을 못 내겠다고 하고, 차 할부금을 대신 내 주던 막내 여동생 돈도 거부했습니다. 제 앞에서 제 여동생들을 싸잡아 욕했습니다. 한마디로 경우가 없다는 거지요. 시댁에 먼저 가자는 말은 없어졌고, 가더라도 얼른 일어나지 않는다고 신경질을 냅니다.
지금 돌아보니, 아내는 저의 부모 형제에게 아낌없이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얘기한 처가에 대한 제안을 제가 너무 건성으로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저도 깊이 반성됩니다. 제 사고 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하네요. 이미 지난일인데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하면 좋을까요?
A
19년 동안 평화롭게 잘 살다가 아주 힘든 1년을 보냈군요. 다시 아내와 좋은 부부관계를 원하시는 군요. 지난 일이지만 잘 수습하여 아내의 마음을 돌리고 싶으시군요. 그 동안 아내가 시댁식구들에게 잘 했다니 남편으로서는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지요.
대부분의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가족들에게 잘하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아내도 이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배우자의 원가족에게 잘하는 일은 배우자에게 점수를 딸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속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오셨군요. 아내도 친정에 잘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헤아리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아내는 남편의 성의없는 반응에 배신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시댁에 마음을 다하여 한 행동이 억울하게 생각되었을 것 같습니다. 배신감과 억울함이 분노로 변해 자신에게 향했을 때는 우울이 되고, 남편에게 향했을 때는 공격이 되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아내에게 무조건 사과하세요. 좋은 시간과 장소를 예약하고는 진심을 담아 사과 하세요. 그리고 아내가 화가 난 것이 무엇인지, 남편으로부터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또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 귀 기울여 들어주세요. 충분히 잘 들어 주셔야합니다. 그리고 아내가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묻고, 기꺼이 행동에 옮기세요. 아마 아내의 우울증은 빠른 시간 내에 치유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좋은 부부관계를 원하신다면 처갓집 가족들에게 계속 잘하십시오. 그러면 아내로부터 더 좋은 선물을 받게 될 것입니다.
결혼 한 모든 사람은 배우자가 자신의 원가족에게 알아서 잘 해주기를 원한답니다. 미루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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