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를 하면서 육아까지 혼자 떠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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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36개월 된 아들과 이제 두 달 후면 태어날 아기가 있는 임산부입니다. 저희는 주말부부라 주중에는 직장 생활을 하며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있고, 주말은 남편과 늘 싸우다가 헤어집니다. 결혼 생활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다 포기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퇴근 후 아이를 재우고 나면, 부른 배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너무 우울합니다. 출산 휴가 1년 동안은 제가 아이를 돌보았습니다. 그 후, 복직하면서 큰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자주 아파서 회사에 있어도 늘 아이 생각뿐입니다. 야근이 있는 날도 아랫사람 눈치를 보며 먼저 나오고 있습니다.
남편은 저보다 3년 연하로 직장에서 상사-부하직원 관계로 만났습니다. 과묵하고 성실하며 회사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결혼 당시 남편은 저보다 어려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데다가, 반응이 좀 느린 타입이라, 보고 있으면 답답해서 웬만한 일은 제가 먼저 나서서 결정하고 처리해 왔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남편을 위하여 결혼준비, 대출, 집구하기, 이사, 출산, 등을 척척 알아서 하는 것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출산 휴가 동안은 전업주부로 지내며 남편에게 내조하는 즐거움으로 지냈습니다. 제가 복직을 하면서 주말부부가 되고, 여러 상황이 달라졌는데도 남편은 여전히 대접만 받으려고 합니다. 제 얘기를 들어주기는커녕 자신의 힘든 회사 일만 계속 이야기 합니다. 어린신랑은 아직 아버지가 되는 준비도 안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남편보다 스팩이 더 좋았던 제가 너무 초라하게 변해가는 것이 억울해서 눈물만 납니다. 차라리 이혼을 하고 혼자 애를 키우고 있으면 남편에게 거는 기대가 없으니 억울하지나 않겠지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A
정말 힘드시겠군요. 혼자서 한창 손이 가는 아이와 곧 둘째 출산 준비를 앞두고 너무 외롭고, 억울한 심정이겠습니다. 철없는 남편이 도움과 위로는 커녕 대접만 받고 싶어 한다니 정말 화가 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신은 스트레스가 감당하기 어려워 우울해졌고, 우울한 엄마는 육아와 태교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직장일도 제대로 하기 어렵고, 부부관계도 악화되어 있습니다. 서면으로 하는 상담은 한계가 있습니다만. 몇 가지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당신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너무 많은 일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양가어른이나 이웃에게 일을 좀 맡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 이 결혼은 처음부터 아내가 리드하고 남편이 의존하는 패턴이 익숙해져있습니다. 계획적이고 준비철저한 일처리에 능숙한 아내가 척척 해결했기에 남편에게는 그 어떤 역할도 주어지지 않았고, 또한 연습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듯합니다. 그 후 상황이 바뀌었을 때조차 남편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몰랐던 것 같습니다. 아내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떤 느낌인지, 구체적으로 남편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말하는 것이 생략되었던 것 같습니다. 남편에게 지금부터라도 역할을 주십시오.
셋째, 두 분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듯합니다. 일 중심의 사고를 하는 남편과 관계중심의 사고를 하는 아내의 차이는 흔히 있는 남녀의 사이방식 차이입니다. 일처리 방식에서도 두 분의 성격차이가 있습니다. 미리 계획하고 신속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내의 방식이라면, 느긋하고 상황을 지켜보며 일을 처리해 나가는 것이 남편의 방식입니다.
넷째, 우리나라에서 육아와 가사 문제에 있어서는 아직 아내에게 많은 것이 불리하고 억울한 것은 사실입니다. 서로 상처가 되지 않도록 잘 조율하고 위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녀를 잘 양육하고 건강한 가정을 꾸리는 일은 아름답고 가치있는 일입니다. 직장에서의 성공보다 결코 시시한 일이 아닙니다.
남편분은 분명 결혼 전 멋있는 청년이었기에, 당신을 잘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일이 조금씩 풀릴 것 같습니다. 다음 주말에는 다른 분에게 아이를 맡기고 좋은 장소로 데이트를 가세요. 남편에게 한 시간만 말없이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하고 당신의 마음을 잘 설명하세요.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도 말씀하세요. 그리고 맛있는 것도 먹고, 손잡고 산책도 하세요.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는 큰 아이와 새로 태어날 예쁜 아기에게 좋은 가정을 선물하기 위해, 마음을 잘 다독이고 용기를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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