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아이의 모든 행동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페이지 정보

본문
Q
두 아들을 둔 47세 아버지입니다.
두 녀석이 어찌나 싸우는지 집은 항상 전쟁터를 방불케합니다. 제가 나서서 고함을 지르고 매를 들어야 겨우 진정이 됩니다. 지금까지 주로 중3이 된 큰 녀석이 매를 많이 맞았습니다. 동생과 비교해서 뭐하나 잘하는 게 없는 데다 사춘기 까지 겹쳐 항상 화난 표정입니다. 성적도 하위권인데다가 담배도 피우다가 들킨 적이 있고, 당구장 출입도 하고 가출도 한 적이 있습니다. 하는 짓이 모두 못마땅한데, 동생과 쌈박질까지 하니, 저는 큰 애만 보면 화가 납니다. 저는 둘째아들로 태어나 자랄 때 무조건 형에게 양보만 강요당하며 자랐습니다. 제가 어렸을때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해 온식구가 '장손'이라며 형님 우선으로 챙겼습니다. 그것이 너무 억울해서 형도 똑같이 양보를 해야한다는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대접받으며 자란 형님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실제로 장남으로서 책임도 현재 저에게 떠 넘기고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 저의 내면에는 분노가 있고, 저도 모르게 무조건 둘째 편을 드는 면이 있기도 합니다. 아내는 제가 너무 심하게 편애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가끔 반성도 해 보지만 여전히 큰 아들을 야단치고 있는 제 모습을 봅니다. 아버지인 저의 태도가 옳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대해야할까요.
A
형제가 우애있게 지내는 것은 모든 부모의 평범한 바램입니다. 자주 격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부모 로서는 마음이 불편하고 걱정이 많이 됩니다. 우선 장남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무조건 '사춘기'라고 도매금으로 넘기는 것은 금물입니다. '늘 화가 나 있다'면 욕구불만이 많다는 이야기지요. 성적이 하위권이라면 학교에서는 당연히 인정받지 못하고 학업에는 재미가 없고 성취감 또한 없을 겁니다. 진로나 먼 미래에 대해서도 막연하고 자존감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공부 이외 더 재미있고 위안이 되는 것을 찾게 됩니다. 가출을 한 적이 있다면 집이 싫고, 부모의 잔소리가 힘들다는 메시지입니다. 더구나 부모님께 인정받는 동생과 늘 비교 당하는 괴로움도 컸을 것입니다. 아버지의 편애는 동생에게 복수심을 불러 일으켜 동생에게 더 과격하게 대했을겁니다. 아무튼 아들에게 실망한 부모는 아이를 야단치게 됩니다.
"네가 그러니까 야단을 치지"
"네가 그 모양이니 화를 낼 수밖에"
"잘하면 왜 내가 야단을 치겠니"
큰 아들 입장에서는 공부 못해 미움받고, 동생보다 잘하는 게 없으니 야단 맞고, 표정이 나빠서 혼나고, 동생과 싸움하면 양보해야하고...
이래도 저래도 늘 칭찬이나 인정이 없다면 어떻게 잘 해보고 싶은 마음도 안 생기지 않습니다. 무기력상태입니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악순환입니다. 큰 아들에게 좋은 모습을 기대하신다면 아버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제 아들의 마음을, 아들의 입장을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우리 아들의 속 마음은 어떨까?
우리 아들은 집에 오면 어떤 기분일까? 긍정? 부정? 우리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고 싶을까?
우리 아들은 집에 오면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 할까? 아들과 좋은 관계를 원하시면 아버지는 입을 닫고 아들의 말을 들어보세요. 장소가 산이나 공원이나 동네 목욕탕이나 낚시터이면 더욱 좋습니다. 아들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어른들의 말을 지겹도록 듣기만 해왔어요. 그도 자신의 입장에서 할 말이 이 있을 겁니다. 혹시 아버지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아버지 입장만 내세웠다면 이제 아들의 입장이 되어 귀를 기울여보는 겁니다. 부모역할에도 자녀의 연령에 따라 과업이 있습니다. 청소년기 자녀의 부모역할은 그들의 고통을 수용하고 자문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자문 역할이란 '따라가며 하는 잔소리'가 아닌 힘든 일을 들어주고 요청이 있을 때 도와주는 것입니다. 지금 자녀를 대하는 방식이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과 연결되어 정해진 규칙이라면, 그것은 낡은 규칙입니다. 즉 나의 부모의 양육태도에 대한 불만으로 또는 형님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아들에게 투사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입니다. 즉 어린시절 자신의 미해결과제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을 못하는 것입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사고나 편애는 그 한쪽만 보느라고 다른 여러 가지를 놓치는 수가 많습니다. 희생자가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드는 꼴입니다. 건강한 가정은 억울하고 희생하는 사람이 없어야합니다. 악순환의 고리는 부모가 끊어야합니다. 큰아들에게 더 이상 화를 내지 마세요. 자녀 앞에서 자신의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 어른은 자녀에게 화 다스리는 법을 가르치지 못합니다. 부모로부터 미움을 받는 자녀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입니다. 큰 아들은 이미 아버지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부모에게서 상처 받지 않도록, 용서를 구하고 아버지의 태도를 바꾸어야합니다. 형제 둘이 싸울 때는 더 이상 개입하지 마세요. 한쪽 편을 들어주면 부모에 대해서 분노와 적개심만 커질 뿐입니다. 갈등을 둘이서 잘 해결할 때까지 그들에게 시간을 주세요.
- 이전글중 3 아들을 둔 어머니입니다. 12.08.04
- 다음글아들이 화장실을 너무 자주가고 오래있어요 12.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