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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족을 위하여 (상담사례 모음)

처가와 가까이 지내는 것이 답답하고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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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좋은벗
댓글 0건 조회 4,836회 작성일 16-08-06 13:10

본문



Q

  6살배기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아내도 직장 생활을 하는 지라 저희 부부는 결혼 초부터 처가 근처에서 살림을 시작했습니다. 육아뿐만 아니라 가사까지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아왔습니다. 아내와의 약속은 아이가 유치원 입학 때까지만 처가 근처에 살고 그 이후에는 이사를 하자고 말해왔습니다.

  저는 이사하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6살이 되었는데 장모님도 아내도 난색을 표합니다. 아내는 이렇게 더 살자. 저 두 분이 우리가 멀리가면 맨 날 싸울게 뻔한데 그냥 불쌍하다 생각하고 같이 지내자.’

  장모님은 나는 이제 너희들이랑 헤어지면 저 영감만 보면서 무슨 재미로 사노?’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저는 너무 불편 합니다. 매일 출근전에 오셔서 저희 집에서 저녁 까지 드시고 아이가 잠이 들면 두 분은 집으로 가십니다. 그동안 TV는 부모님 위주로 채널이 고정 되고, 모든 대화는 장모님과 아내 위주로 흘러가고, 저는 장인어른 장기친구나 술친구 노릇을 하며 저녁시간을 보냅니다. 집안의 중요한 일은 아내와 장모님이 모두 결정하십니다.

  이 가족들은 모두 너무나 큰소리로 서로 비난하기와 탓하기와 무시하기를 하십니다. 늘 싸우듯 말을 합니다. 그럴 때 저는 아무소리도 못하고 불안해 하며 숨 죽입니다. 늘 싸우는 모습을 보며 우리아들이 무엇을 배울까 걱정입니다. 집에서 저의 존재는 너무 미미합니다. 며칠 전 아들은 아니야 아빠가 틀렸어. 할머니가 그러지 말랬다구.”하는 겁니다.

  아들도 저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주말도 차에서, 외식장소에서 늘 싸우시는 두 분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가족 끼리 지내는 시간은 거의 없고, 아내랑 오붓하게 대화 해본지도 오래 되었습니다. 아내랑 결혼 한 게 아니라 처가집 머슴으로 살고 있는 느낌입니다. 요즘은 스트레스로 두통이 심합니다. 퇴근해서 집으로 들어가는 풀죽은 제 모습이 너무 싫습니다.


A

  많이 답답하고 속상하시겠습니다. 단란한 가정을 이루어 우리끼리 알콩달콩 살기를 원했는데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되었군요. 집에 퇴근해 와도 전혀 즐겁지도 않고 통제감도 없으니 우울하시겠습니다.

  육아와 가사 도움을 받기 위해 처가가까이 살게 된 것은 참으로 운 좋고 다행스런 일이었습니다. 적어도 갓난아기를 누군가의 손에 맡기는 불안은 없으셨군요. 그 점은 장인 장모님께 참으로 감사할 일입니다. 그리고 사위로서 그동안 충분히 잘 하신 것 같습니다. 그 고마움 때문에 자신의 불편함을 전혀 내색하지 않고 너무 참아 오셨군요.

  아내는 이러한 남편의 어려움을 알아채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결혼 후 임신과 출산이라는 큰 변화는 이런 것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불화가 있는 부모님 아래서 성장 하였을 경우, 일찍부터 불쌍한 한쪽 부모를 돌보는 역할(부모화)을 해온 자녀는 결혼 후에도 계속 그 역할을 하고 싶어 합니다. 아내는 친정가족과 함께 계속적으로 그 문화와 그 규칙 속에서 살아와서 결혼 후에도 심리적 독립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내와 함께 둘만의 시간을 가지세요.

  여행이나 드라이브를 위해 데이트를 신청하세요. 그리고 지금 당신이 느끼는 심리적 불편함을 정리해서 말씀하세요. 그리고 우리의 결혼을 위하여, 우리 자녀를 위하여 원하는 바를 간략하게 전하세요. 당신이 생각해온 구체적인 대안도 함께. 그런 다음 아내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기다리세요. 혹 아내의 반응이 예상 밖이라 대처가 어려우면 도움을 줄만한 주변 다른 자원을 활용하세요.

 
이대로 꾹꾹 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자동차에 적신호가 들어오면 얼른 고쳐서 사용해야 하듯, 결혼 생활도 감정의 틈이 생기기전에 해결하며 살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