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시댁 일손을 돕고 구박을 받는것이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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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결혼 15년차 주부입니다. 친정과 시댁의 다른 문화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습니다. 저의 친정은 가난했지만, 많이 웃고 부드러운 분위기였습니다. 몸이 약한 막내딸인 저는 오빠와 언니들의 보호 아래서 귀염둥이로 자랐습니다. 저의 친정에서는 회사원이고 둘째 아들인 남편과의 결혼을 좋아했습니다. 몸이 약한 딸이 일 고생은 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신거지요.
그런데 시댁은 농사일이 많은 시골입니다. 시댁에서 가장 인정받는 일은 몸이 튼튼하고 일 잘하는 며느리입니다. 정말 저의 형님은 논일 밭일 해가며 집안 살림도 척척해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직장 생활 하지 않는 전업주부인 저를 늘 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로 두 시간 걸리는 본가를 일이 있는 주말이면 무조건 온 가족이 가서 농사일을 돕습니다. 저는 체구가 작고 동작도 빠릿빠릿하지 못합니다. 어머니는 이런 저를 너무나도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가장 자주 들은 말이
‘겨우 요만큼 했나’
‘죽도 못 먹은 사람처럼’
‘그것도 일이라고’
‘너 시키고 앉아 있느니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낫지’ 였습니다.
저는 정말 주눅이 들고, 몸이 오그라듭니다. 죽을힘을 다해 노력을 해도 번번히 돌아오는 것은 늘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안절부절 힘들게 지내다가 집에 돌아오면 마음이 우울하여, 삼사일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 아이들은 주말에 축구교실도 가고, 또 중 고등학생들은 주말 학원도 다닙니다. 저도 이웃 가족들과 함께 주말에 캠핑도 가고 싶고 남편 회사 야유회도 가고 싶습니다.
그보다도 주말 내내 전혀 제 입장을 이해해 주지 않는 시댁식구들을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싫고 무섭습니다.
남편도 시댁에서는 전혀 저를 두둔하지 않습니다. 일 못하는 제가 못마땅해서 그렇겠지요? 남편은 휴일 날 시골에 가지 않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다고 하더군요. 제가 나쁜가요?
A
정말 많이 힘드셨군요. 시댁 어른들께 늘 지적을 하고 못마땅한 표정이나 말을 들었으니, 깊은 마음의 상처가 되었겠습니다. 남편도 아내의 입장을 깊이 공감해 주지 않아서, 삶이 무기력해지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군요.
체력이 부족해서, 힘을 써야 하는 농사일을 척척 못해내는 것이 죄는 아닙니다. 동작이 느린 것이 야단 맞을 일은 아니지요. 기대만큼 안된다고 혼내셨다면 아랫사람을 지혜롭게 다스리지 못하는 어른입니다. 늘 야단치고 무시하는 분으로 여겨졌다면 무서워하고 가기 싫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시어머니께서는 들일도 하고 집안일과 육아를 동시에 해 오신 워킹 맘입니다. 며느리가 늘 놀고 지낸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일손이 부족해 힘들게 살아온 어머니는 며느리의 서툰 일솜씨를 재촉하고 싶어 표현이 거칠게 나갔을 수 있겠네요. 바쁜 농사철에는 부모가 새벽부터 일을 하고 있는데, 친구들과 캠핑 가는 아들내외를 이해하기는 어렵지요. 그런 부모님을 보고 자란 남편 또한 부모님과 비슷한 생활양식인 것 같습니다.
시부모님의 태도를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병이 나면서까지 억지로 끌려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남편과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자신이 무기력해지지 않는 방법을 찾읍시다. 남편에게 당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세요. 남편과 다 같이 시골 가는 횟수를 조절하고, 가지 않을 때는 방식으로 성의를 표 하세요. 먼 훗날 당신의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지고, 부모님이 연로해지면 더 잘 도와 드릴일이 생깁니다.
그리고 친구들이랑 축구하는 시간에 할머니 농사일 돕는 손자가 더 인간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항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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