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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족을 위하여 (상담사례 모음)

몸이 아픈 저를 두고 집에 늦게 오는 남편이 너무 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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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좋은벗
댓글 0건 조회 5,019회 작성일 16-03-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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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두 딸을 둔 결혼 7년차 엄마입니다. 저는 지금 이혼 당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인지라 친정 부모님집 근처에서 육아와 가사를 도움 받으며 안정되게 지내왔습니다. 작년 말 건강 검진에서 종양이 발견되었고, 정밀검사와 치료차 병가를 냈습니다. 다행히 암은 아니었습니다. 담당의사의 처방은 규칙적인 운동, 바른 식습관 그리고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제 곧 복직할 예정입니다.

  남편은 처음엔 병원도 같이 가 주고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하지만 수술이나 병원 치료를 안 해도 되는 지금은 너무나 무관심합니다. 남편은 일로서 뿐만 아니라 사교 모임까지 참석하느라 거의 매일 늦게 퇴근합니다. 친정 부모님은 좋은 음식이며 민간요법을 알아 오셔서 저에게 정성을 다하십니다. 이것도 남편과 비교가 되서 속상합니다. 저는 이 젊은 나이에 몸 아픈 것도 속상하고, 병이 나쁘게 진행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우울합니다. 남편의 따뜻한 위로가 아쉽지만 매일 늦게 오니 이런 불만이 쌓여갔습니다. 몇 주 전 동창모임에 갔다가 늦게 귀가하는 남편이 너무 미워서 당장 집에서 나가라고 고함치며 쫓아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빌면서 돌아왔을 때는 현관문 잠금장치의 비밀번호를 바꿔 열지 못하게 했습니다. 또 제 마음이 풀릴 때까지 전화도 받지 않았습니다. 남편을 벌주고 싶은 마음에 친정 부모님께도 남편을 아주 나쁘게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정신을 차려보니 일이 너무 커져 버렸습니다. 친정아버지가 화가 나서 남편에게 전화로 서운함을 이야기한 모양입니다. 지금은 별거중입니다. 남편이 제게 긴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이제 남편이 집에 들어오기 싫다고 합니다. 그동안 처가 근처에 살면서 처가 문화 속에서 자신도 많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입장에서 남편의 위로를 기대하는 것이 억지인가요?

A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살아야한다는 처방을 받았는데 엄청난 스트레스 상태가 되어버렸군요. 건강 검진 이후 여러 가지 과정이 많이 힘들고 어려우셨겠습니다. 남편이 보다 적극적으로 당신의 건강 회복에 동참해주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길 원했군요. 그런데 그 뜻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아 상황을 나쁘게 만들어버렸군요.

  대개 여성들은 결혼 후 몸이 아프게 되면 그 원인을 엄청난 육아와 가사 부담 또는 시댁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치료과정에서 다른 누군가를 향한 이런 원망을 하게 되지만 실제로 원망하고 비난하는 마음은 치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마 남편에 대한 기대가 커서 분노 조절이 안 되었던 것 같습니다. 남편이 마음을 돌려 집에 들어오길 바라고 남편으로부터 배려 받으며 살고 싶은 것이 맞지요?

  그렇다면 먼저 남편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고함친 것에 대해 사과하세요. 또 비밀번호 바꾼 것도 사과하세요. 그리고 친정아버지께 나쁘게 말한 것도 사과하세요. 처가 문화 속에서 많이 참으며 살아온 것에 대해서도 공감해 주세요. 당신에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들이 남편에게는 불편하고 강요된 것이 많을 수 있습니다. 기한을 정하여 몸이 회복한 다음에는 심각하게 이사를 고려 해보자고 약속하세요. 그런 다음 당신이 해 줄 수 있는 것을 말하세요. 남편이 좋아하는 요리도 해주고, 이야기도 들어주고, 퇴근해 오면 포옹도 해주고, 친정행사 참가횟수도 줄이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나들이도 기분 좋게 하겠다고요. 가족이 함께 화목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천천히 남편의 답을 기다리세요.

  물론 건강을 위한 운동과 식습관과 또 다른 치료는 즐거운 마음으로 정성껏 계속 하시고요.

  부부는 서로 자기 원하는 것만 이야기하면 관계가 정말 어려워집니다. 서로 상대방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약속하세요. 그러면 결혼은 참 아름답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