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잘 지내지 못하는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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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결혼 2년차 남성입니다. 결혼 생활이 이렇게 어려운줄 몰랐습니다. 저는 유순하고 다른 사람들과 평화롭게 잘 지내는 성격입니다. 웬만하면 제 주장을 잘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잘 맞추며 서로 좋게 지내는 편입니다. 친구와 크게 다툰 적도 없습니다. 아버지도 저와 비슷한 성격입니다. 반면에 어머니는 불같은 성격으로 집에서 모든 일을 자신의 뜻대로 처리해 오셨습니다. 아버지와 저는 이런 어머니를 잘 맞추며 그동안 평화롭게 지내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저는 결혼 전 까지 어머니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았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아내는 똑똑하고 일처리가 야무지며 자기주장이 분명해서 제게는 그 점이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서로 빨리 가까워져서 3개월 만에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서른이 넘은 직장인 아들이지만 모든 것을 돌보아 주던 어머니는 갑자기 준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역할을 아내에게 넘기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임신한 아내를 위해 집안일을 하는 것이 도저히 용납되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쟤는 몸이 약해서 퇴근하면 집에서 쉬어야한다.’ 그러나 이 말씀은 입덧으로 몸 가누기도 버거운 아내의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말 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저 몰래 아내에게 ‘집안일 시키지 마라. 영양가 있는 음식을 꼭 챙겨 주어라. 아침에는 야채 주스를 먹여야한다.’라고 말씀하시고 확인하는 전화까지 하셨습니다. 아내는 그런 어머니에게 또박 또박 자신의 의견을 말했습니다. 그때부터 무서운 고부 전쟁이 시작 되었습니다. 급기야 아버지까지 ‘네가 너의 댁을 말려라. 네 엄마를 잘 알지 않느냐. 무조건 빌고 숙이도록 해라. 그러면 네 엄마가 노여움을 푼다. 그래야 전쟁이 끝난다.’ 고 하십니다. 아내는 울면서 ‘어머니와 자기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라’하고 어머니는 인연을 끊자고 하십니다. 악몽 같은 2년이 흘렀습니다.
저는 이혼 할 마음이 없습니다. 이제 갓 돌이 된 아기에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모르는 한심한 아빠 모습만 보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세상에서 가장 고마왔던 어머니가 지금은 저를 가장 괴롭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제 마음이 너무 복잡합니다.
A
많이 힘드셨군요.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자신의 모습이 너무 싫으셨겠습니다.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하고 고맙던 어머니가 아내에겐 낯설고 간섭하고 멋대로 명령하는 시어머니가 되셨군요.
‘가족생활주기’라는 게 있습니다. 부부가 되어 가족을 이루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발전 성숙해 가야하는지, 시기별로 각 단계마다 중요한 과업을 설명한 이론입니다. 그 첫 단계가 결혼하기 전인 젊은 성인 단계인데 이 시기의 중요한 과업은 원가족과 심리적으로 독립하는 일입니다. 그래야 그 다음 단계인 신혼 부부단계가 잘 발달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나를 낳고 양육해준 부모님과 특히 어머니와 심리적인 탯줄을 끊고 독립하는 것이지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책임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년이 되신 어머니는 성장한 아들이 결혼하면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분리시키고, 독립하여 살도록 바라봐 주는 것입니다. 아마 몸이 약한 아들이라 이렇게 하는 것이 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에 대해 마음의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서 준비되지 않은 채로 급하게 새 식구를 맞이한 것 같습니다.
지금 까지 호소한 이 고통이 모두에게 큰 가르침을 줄 것입니다. 이제 부모님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내와 잘 의논하여 새 가정을 키워나가세요.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아버지처럼 무조건 아내에게 맞추는 결혼생활이 아니라 아내와 잘 조율하며 행복하고 즐거운 새로운 가족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행동이나 말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어머니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인사와 예의를 갖추는 것입니다. 즉 한 사람의 존재와 그 사람의 행위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아내에게도 이 부분은 양해를 받아내세요. 힘드시겠지만 마음 굳게 먹고 조금씩 진행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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