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김치 얻으러 시댁에 갈때면 아내가 항상 짜증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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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결혼 12년차 남성입니다. 자기관리를 잘하는 아내와 두 아들이 있습니다. 매년 김장철이 다가오면 아내에게 한 가지 불만이 있습니다. 어머님은 매년 손수 농사지은 배추와 고추로 김장을 하십니다. 10년 전 아버지 돌아가시고는 늘 이모님 두 분과 함께 저희 본가 시골집에서 김장을 하십니다. 저나 제 사촌들은 모두 도시에서 부부가 맞벌이로 살고 있고 어른들이 해주신 김장 김치를 얻어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행사를 저희 본가에서 하다 보니 저는 마음이 불편합니다. 월차를 내서라도 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이들 학원사정도 있고 아내도 퇴근이 늦어 결국 애만 쓰다가 정작 김장 도우러 가지는 못합니다. 우리 가족 모두 가서 돕고 아이들과 함께 기쁨조 역할을 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싶습니다. 어머님이 초라해 보이지 않게 힘을 실어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어머님은 한사코 손사래를 치며 김치 가지러 오라고만 하십니다. 어머니는 “내가 힘 있는 동안 김장한다. 우리 자매끼리 할 얘기도 많고, 나는 이게 힘들어도 사는 재미다.” 라고 하십니다.
며칠 전 김치를 가지러 가기로 약속한 날 아침이었습니다. 그날따라 아내는 아침부터 예민하게 굴며 아이들에게 옷 문제로 신경질을 냈습니다. 결국 제가 폭발했습니다. “김장할 때 돕지도 않고 얻어먹는 주제에 왜 그리 예민하게 구냐. 뭐가 불만이야?” 그런데 아내도 할 말이 있었습니다. 이모님들이 늘 아내에게 “너희 어머니 고생 많이 했다. 네가 더 잘 해라. 시댁식구들에게 더 잘해라. 동서에게 더 베풀어라.”라고 하십니다. 아내는 이런 말을 듣는 것이 늘 부담이라는데, 이건 좋은 말 아닌가요? 아내는 제가 자기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제가 잘못한 게 있나요?
A
어머님과 이모님에게 충성하고 싶은 마음을 아내로부터 깊이 이해받지 못해서 속상하시군요. 결국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없었던 불편했던 마음이 아내의 모습을 보며 폭발했군요. 아버지가 안 계신 빈자리를 채워드리고 싶어 하는 장남의 심정 정말 공감이 갑니다.
그러나 김장을 자매끼리 모여서 연례행사로 하시고, 솜씨 좋은 어른들이 정성스레 만든 김치를 자녀들에게 나누어 주는 일은 어른으로서 베풀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입니다. 어머니께서 손수 자식들에게 해주고 싶어 하시는 마음을 존중하십시오. 힘들어도 재미있다는 말도 있는 그대로 존중하십시오. 어머님이 스스로 은퇴하시면 (김장에서 손을 떼시면)그 때 아내와 의논하여 역할을 바꾸셔야지요.
효도 총량 일정의 법칙이란 말이 있습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어른들을 보살펴야 하는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자칫 지칠 수 있습니다.아내와 함께 이룬 가정을 건강하고 재미있게 경영하세요. 어머님이 정말 몸이 불편해지시면 성의껏 도와 드리세요. 그러나 부모님을 떠나 결혼하여 한 가정을 이룬 지금 당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랑하는 아내의 든든한 남편으로서, 사랑하는 자녀들의 현명한 지도자로서의 역할입니다.
이모님의 ‘더 잘 해라’는 말씀이 당신에게는 격려의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아내에게는 질책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피드백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맥이 풀리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게 합니다. 만약 이모님이 ‘질부, 고맙네. 자네 어머니에게 잘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네.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속이 아주 깊어.’ 라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하셨다면 아마 아내는 기분이 좋아져서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었겠지요. 물론 이모님에게 이런 세련된 대화 기술이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어쩌겠습니까?
지금 당장 당신이 우선 아내의 편이 되어 주세요. 그것은 아내가 예민할 때 마음을 헤아려주고, 그 어려움을 공감해주고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잘하는 남편이 되는 것입니다. 본가에 가기 전 아이들을 거칠게 대하는 아내에게 “지금 당신 마음이 불편하고 복잡하구나. 당연히 그렇겠지. 이모님은 다른 사촌들에게도 만나기만 하면 입버릇처럼 ‘더 잘하라’고 하시더라. 당신이 할 만큼 하고 있는 것 내가 잘 알잖아! 이모님은 잘 아시지도 못하면서 무턱대고 불쑥 말해 버리는 분이잖아!” 라고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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