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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족을 위하여 (상담사례 모음)

남편 은퇴 후 서로 잘 지내는 방법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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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좋은벗
댓글 0건 조회 5,592회 작성일 15-02-0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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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60대 후반 여성입니다.

요즘 사는 것이 허무하고 우울합니다. 세 자녀는 잘 자라 결혼을 했고 각각 자신들의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자라는 동안 무던히 애도 많이 먹였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래도 그때가 좋았구니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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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55세에 직장에서 은퇴하여 지금까지 집에서 함께 지냅니다. 처음에는 평생 가족위해 휴일도 없이 밤 늦게까지 일 한 남편이 고마워서 잘 해주고 싶어서 맛있는 반찬도 해주고 시중도 잘 들어주었습니다. 혹시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까봐 집안일이나 부탁도 하지 않고 다소 귀찮은 시중도 웬만하면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남편은 제가 볼일이 있을 때면 언제나 차를 운전해서 데려다 주고 제가 볼일을 마칠 때까지 차에서 기다려 주고 시장에도 따라가고, 무거운 것도 들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24시간을 함께 붙어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면서 갑자기 남편이 너무 지겨워졌습니다. 그 전에는 모르고 지냈던 남편의 단점을 너무나 잘 알게 되었고, 우리 두 사람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 부딪히는 점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좌절감이 오고 기분이 크게 상합니다. 제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전기 스위치를 내리고,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도 너무 지겹습니다. 잔소리 하는 것도, 잔소리 듣는 것도 지겹습니다. 이제는 참기도 싫습니다. 마트에 가서 새로운 물건을 집으면 또 살려고? 비슷한 것 집에 있잖아. 당신은 이게 탈이야라고 합니다. ‘누가 산댔어요? 구경했지. 구경도 못하나? 난 구경할 자유도 없나?’ 뭐 이런 식입니다.

 

남편이 제가 있는 방에 들어오면 저는 거실로 나갑니다. 식탁에 앉아 있는데 주방으로 걸어오면 제가 방으로 들어갑니다. 아예 한 공간에 있는 것이 답답합니다. 저는 남편이 밉습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갖는 저도 실망스럽고 밉습니다. 남들이 한다는 황혼이혼이 이해됩니다.

 

A.

많이 힘드시군요. 유아기 자녀들의 양육이나 수험생 뒷바라지처럼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니 더욱 힘들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지금 현재의 일상이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군요. 자녀들이 부모 곁을 떠나고 부부만 살게 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제 새로운 노년기 청사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아직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건강과 삶의 에너지가 넘쳐 보입니다. 남편을 미워하는 일을 중단하기 위하여 다른 것을 하도록 권해보고 싶습니다. 잠시 집을 떠나기를 권합니다. 혼자서 여행을 떠나거나 친한 친구를 방문하거나 자녀들을 방문하는 기회를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남편과 당분간 서로 떨어져 지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이렇게 한두 달 동안, 지혜롭게 노년기를 잘 보내고 있는 친구나, 엄마마음을 잘 이해해주는 자녀와 상의해 보고 도움을 받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선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돕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모두 적어보세요. 이 중에서 나의 경제가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실천 가능한 것을 찾아보세요. 그런 다음 그것을 시작할 구체적 계획을 세우세요

그리고 남편이 나에게 원하는 것을 적어보고 또 내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적어보세요. 남편이 정말 조심하거나 하지 않길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적어보세요. 이렇게 정리한 내용을 남편에게 편지로 보내세요. 그리고 답이 오면 그때 집에 돌아가세요.

 

그동안 두 분은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양육하고 맡은 책임을 다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즐겁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어떻게 집을 떠나느냐구요? 황혼 이혼도 꿈꾸었는데 못 할 것이 뭐 있습니까? 당장 세 자녀들과 손주들을 보러 떠나십시오. 집에 돌아가고 싶을 때 돌아가는 겁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