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스트레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때문에 신혼생활이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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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결혼 6개월 된 새댁입니다. 남들은 저희보고 ‘신혼부부라 재밌지? 행복하지? 좋겠다!’ 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희 부부는 거의 매일 싸웁니다.
결혼하고 한 달 후 구정이 되었습니다. 저는 시댁에 가서 지내는 첫 명절이니 좋은 점수도 따고 싶고 긴장도 되어 일찍 가자고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사소한 볼일 때문에 늦게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어머니께서 저에게 다음 명절부터는 좀 더 일찍 오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야단을 맞았다는 생각에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그때 남편은 옆에서 늦은 이유를 말씀 드리지 않고 제가 야단맞도록 가만히 있었습니다. 자신 때문에 늦었다고 말해주어야 하지 않나요?
난생 처음 제사음식 만드는 것도 정말 어려웠어요. 일이 끝난 후 방에 가서 신랑에게 위로라도 좀 받으려 했지요. 그런데 신랑은 고향 친구 만나러 나가서 새벽에 들어 왔습니다. 낯선 그 집에 저만 당연한 듯 나가다니요! ‘내가 이럴려고 결혼했나?’하는 생각에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명절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음부터는 시댁 절대 안가.’라고 제가 먼저 싸움을 시작했어요. 남편은 저더러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냐고 맞받아치고, 서로 안해야 될 말까지 하며 대판 싸웠습니다. 저는 사실 남편으로부터 ‘수고했다. 미안하다.’ 는 말을 듣고 싶었지, 정말로 시댁에 안갈 생각은 없었습니다. 싸워봤자 가슴만 더 답답해졌습니다. 남편은 결혼 전 부모님을 미워했고, 대화도 없었고, 명절에도 잘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는 결혼하면 편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혼 후 갑자기 효자로 변한 남편의 모습이 이해가 안 됩니다. 남들처럼 남편과 알콩달콩 잘 살고 싶은데 어렵습니다.
A
남편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고, 힘든 것을 남편이 알아주었으면 좋겠고, 시댁에도 잘 하고 싶으시군요. 그런데 오히려 일이 꼬이고 대화도 되지 않아 많이 답답하시겠습니다. 자라온 환경이 달라 배우자의 낯선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참 어려우시겠어요. 남녀가 평등하게 공부하고 일하다가, 결혼하여 한국 명절 문화에 적응하려니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들고 억울한 마음도 들었겠네요. 남편이 결혼하면서 갑자기 부모님께 효자 노릇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우시겠습니다.
그런데 청년기에 부모님을 미워하거나 반항심을 가졌던 사람이 결혼 후 잘하고 싶어 하는 것은 매우 흔한 사례입니다. 남자는 결혼을 계기로 어른이 되고, 그래서 철 든 모습으로 부모님 앞에 서고 싶어 합니다. 그동안 부모님께 불효하면서 가졌던 마음 빚을 갚고 싶은 것이지요. 아마 이런 남편의 마음을 본인에게 직접 들었더라면 더 공감이 되고 이해하기가 쉬웠겠지요. 그런데 남편은 이런 자신의 깊은 속마음을 아내에게 조근 조근 설명하는 과정을 생략해버렸군요. 안타까운 것은 아내 자신도 남편에게 속마음을 진솔하게 말하지 못한 것입니다.
만약 명절 후 돌아오는 차 속에서,
“여보, 어머님께서 담엔 더 일찍 오라는 말씀 하셨을 때, 당신 땜에 늦었다고 바로 얘기 해 주지 않아서 서운했어. 그럴 때는 내 편을 좀 들어줘.”
“명절 전말 고향 친구 만나러 나갈 때는 나에게 허락을 받고 가면 좋겠어.”
“아직 당신 집이 낯설고 어려우니까 내가 힘들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어.”
라고 아내의 입장을 설명했더라면 ‘미안해, 내가 원망스러웠겠네. 네가 수고 많았다.’ 라는 말을 남편으로부터 들었을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화가 날 때는 ‘내가 왜 화가 날까? 그리고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를 한번 생각한 다음 이야기 하면 듣고 싶은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화기술을 배울 수 있는 책을 사서 읽거나, 함께 공부하는 기회를 가지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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