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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족을 위하여 (상담사례 모음)

이혼 후에 남편이 키우던 딸이 저를 원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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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좋은벗
댓글 0건 조회 6,308회 작성일 14-05-16 10:31

본문

 
Q

  저는 결혼하여 딸아이를 하나 낳고 아이가 4살이 되었을 때 이혼을 했습니다.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술과 폭력만 기억납니다. 시어머니께서 아이를 키우시겠다고 하여 저는 독신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먼 훗날 아이를 만났을 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취업을 하여 회사생활도 하고, 대학 공부도 하고, 신앙도 접하였습니다.

  이혼을 고민할 당시 시댁에서는 남편이 철 들 때 까지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무조건 기다리라는 것은 제게 너무 힘든 일 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시어머니도 가정 폭력 피해자였습니다. 이런 사정으로 저는 이혼 후 한 번도 딸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딸 아이 나이와 비슷한 또래만 보면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혼자 울기도 많이 하였습니다.

  딸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용기를 내어 남편에게 연락을 하여 만남을 허락 받았습니다.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딸을 만나러 갔습니다. 딸은 제 키보다 훌쩍 크고 예쁜 숙녀가 되어 앉아있었습니다. 아직 할머니가 돌보고 있고, 애 아버지도 지금까지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산다고 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시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한순간에 용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 남편도 감사했습니다. 우리 딸을 계모 밑에서 크지 않게 했다는 것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딸과의 15년 만의 만남은 짧았지만 아주 행복했습니다. 주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셨구나. 집에 돌아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방금 헤어진 딸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그립던 엄마 얼굴을 봐서 좋았어요. 하지만 저를 버리고 간 엄마를 지금 와서 용서할 마음은 없어요. 저를 찾지 마세요.’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당장 만나 전 남편이 저에게 어떻게 했는지, 딸과 함께 살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말 해주고 싶습니다. 딸아이가 잘못 알고 있는 이 사연에 대해 언제 어떻게 말해주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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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참 가슴이 아픈 일이군요. 그리고 화가 많이 나셨겠네요. 아이를 거두지 못하는 엄마의 아픔이 오죽했겠습니까. 제대로 된 선택을 한 건가, 더 참아 볼 걸 그랬나, 또 다른 선택은 없었을까, 등 후회와 죄책감도 많으셨겠지요. 아이 앞에 당당한 엄마가 되기 위해 반듯하고 성실하게 살아오셨군요. 두고 온 딸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매일 매일 기도를 하셨군요. 딸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 주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딸아이가 잘 자라준 것은 할머니와 아버지를 잘 믿고 따랐기 때문에 가능한 일 같습니다. 그리고 특히 사춘기 아이들은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양육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잘 이겨낼 수 있습니다. 할머니와 아버지가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딸아이는 자신의 가족, 가정에 대한 자긍심이 있었을 것입니다.

  아이에게는 양육자에 대한 충성심이란 것이 있습니다. 부모가 사이좋은 경우에는 어느 한 쪽의 말을 따르더라도 아이는 편안하게 수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서로 의견이 다르고 갈등하며 미워하면 아이는 분열된 충성심을 가집니다. 아이는 부모 중 어느 한 사람에 대한 충성심을 희생해야 하는 아픔을 견뎌야 할 것입니다. 이는 아이에게 매우 혼란스럽고 힘든 경험입니다.

  아마 할머니나 아버지 입장에서는 떠난 어머니를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이 편했을 것입니다. 그래야 아이를 잘 가르칠 수 있었으니까요. 손녀딸이 할머니를 따르며 혼란스럽지 않게 하기 위하여 할머니가 얘기 했을 수도 있지요. 마음이 아프시겠지만, 딸아이가 한 부탁이니 들어주세요. 자녀는 어릴 때 무조건 부모 말을 믿고 따르다가, 사춘기에는 판단을 하기 시작하고, 철이 들면 용서합니다. 딸아이가 더 성장하고 여유가 생기면 엄마를 찾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딸을 떠난 시점은 엄마가 정했으니, 다시 만날 날은 딸이 정하도록 기회를 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