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갈등 ] '장남'으로서 잘 하고 싶은데 아내가 이해해주지 않습니다.
페이지 정보

본문
Q.
저는 결혼 12년 차 가장입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이 있습니다.
아내는 결혼 전 저와 함께 직장 생활을 했으나 지금은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전업주부입니다. 검소하고 부지런합니다.
그런데 돈 씀씀이에 대해 저와 의견이 너무 달라 요즘 많이 힘듭니다.
저는 3남매 중 장남인데 국민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동생 둘은 아버지 얼굴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어머니가 일을 하셨기 때문에 저는 어릴 때부터 두 동생의 양육자 역할을 했습니다. 성장해서는 어머니의 의논 상대였습니다.
고생이 많았지만 열심히 살아서 지금은 동생들도 모두 가정을 꾸리고 남 부럽지 않게 잘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직 건강하시고 지금도 일을 하십니다. 저는 두 동생이 너무 기특하고 대견스럽습니다.
그런데 아내와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막내 여동생이 결혼할 때입니다.
저는 아내와 상의한 부조금 이외에 따로 더 주고 싶어서 아내 몰래 제 비자금을 동생에게 더 보냈는데 그걸 알아 버렸습니다.
물론 가족 중 아무도 그렇게 하라고 저에게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실을 안 아내는 길길이 뛰며 동생을 향한 제 마음을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아내 생각은 모든 가족 행사 경비는 형제들이 똑같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일이 있기 전에는 아내는 제 뜻을 많이 따라주고 간단한 식사비는 제가 내도록 허용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 이후로는 극도로 예민해져서 가족 만남만 있으면 항상 비용 부담 문제로 아내와 다투게 되었습니다.
저는 형이 되어서 밥값도 못 내는 게 너무 체면이 서지 않아서 아예 모임 자체를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아내의 주장은 ‘장남이라고 따로 더 물려받은 것도 없는데 왜 우리가 항상 부담해야 하느냐?’입니다.
그러나 제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동생이 불쌍하고, 어릴 때 동생을 돌본 것처럼 지금도 동생에게 자주 밥을 사 주고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우리 삼 남매가 웃으며 밥 먹는 자리를 더 자주 확인하고 그 자리를 즐기고 싶습니다.
아내와의 불화 때문에 2년 전부터 어머니와 동생들과는 거의 만남을 끊고 지냅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장남으로서, 책임감 있는 형으로 살아오면서 고생이 많으셨군요.
사랑으로 돌본 동생들이 잘 성장하여 각자 독립된 가정까지 이루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거기다 아직 건강을 유지하며 씩씩하게 경제 활동을 하시는 어머니가 계신 것도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그저 즐겁게 뛰어 놀 어린 나이에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깨에 짊어졌던 크나큰 숙제를 이제 모두 다 해내신 것 같습니다.
이제 두 아들을 잘 교육 시키고 아내와 사이좋게 머리 맞대고 우리 가정을 어떻게 더 잘 이끌어 갈 것인지 의논하고 고민할 단계입니다.
동생들의 맏형 노릇은 지금까지 충분했습니다.
원가족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아내와의 관계에 상처를 주면서 까지 집착해서는 안됩니다.
아내 몰래 비자금을 동생에게 보낸 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아내가 그전에 허용하던 비용마저도 철회한다는 것은 남편에게 단단히 배신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그만하면 아내는 깊은 이해를 해왔던 사람처럼 보입니다. 아내는 마음을 많이 다친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하면 모두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됩니다.
꼭 자신이 돈을 부담하면서 동생과 만나겠다는 것은 아직도 어린 시절 자신의 역할에 머물고 싶다는 것입니다.
동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역할을 주십시오. 그게 오히려 그들을 당당하고 떳떳하게 만드는 기회입니다.
그리고 좀 더 삶을 즐기십시오. 더 이상 책임감과 의무감을 벗고 동생들의 부모 역할은 벗어버리세요.
항상 형이 돈을 내야 한다는 생각은 낡은 사고방식입니다.
혹시 또 비자금이 있다면 처갓집과 아내에게 투자하세요.
두 아들과 아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표정을 잘 살펴보세요.
어머니와 동생의 행복한 표정을 보는 즐거움보다 아들과 아내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현재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꼭 해야 할 책임과 의무입니다.
그리고나서 아내와 잘 상의해서 원가족의 모임도 다시 시작하세요.
- 이전글[ 가족 갈등 ] 저를 존중해주지 않으시는 시어머니가 너무 미워요. 17.05.22
- 다음글[ 가족 갈등 ] 시댁에 가는게 점점 힘들어집니다 17.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