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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족을 위하여 (상담사례 모음)

[ 가족 갈등 / 개인 심리갈등 ] 처가 식구에게만 맞추는 것이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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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362회 작성일 17-02-1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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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결혼 8년 차로 두 아이의 아빠인 40대 남성입니다.

외동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외롭게 보냈고, 군복무 중에 부모님 두 분 모두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원래 성격이 내향적이었던 저는 그 후 더욱 말이 없는 청년이 되었습니다.  

성당에서 만난 아내는 아주 화목한 집에서 딸 셋 중 장녀로 자랐습니다.

장인 장모님은 인정 많고 신앙심 깊은 좋은 분이셨습니다. 결혼 준비부터 신혼 가정 꾸리기까지 모두 헌신적으로 도와주셨습니다

결혼은 제게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따뜻한 집, 정성이 담긴 식탁, 친절한 관심, 화기애애한 저녁시간, 북적대는 명절, 함께 떠나는 여행 

처음에는 신세계처럼 여겨지던 결혼 생활이 나에게 어색한 문화에 억지로 참고 맞춘다고 느껴지면서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제 행동이 그 전과 조금 달라지면

김서방 왜 저래? 평소 같지 않게!’ 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아이가 태어나면서 장인 장모님이 육아를 맡아서 도와주셨습니다.

서로의 편리를 위하여 처가와 같은 통로에 살게 되었습니다.

자연히 식사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아직 결혼 안 한 처제들도 늘 함께 합니다.

저는 힘들고 지치면 조용히 쉬어야 재충전이 되는 사람입니다. 때로는 불편함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날 때도 있습니다

말 수 적은 저는 제 입장 설명을 생략하고 그저 참고 맞추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것들이 부부 싸움이 됩니다.

아내는 당신은 늙은 우리 부모님이 이렇게 희생하며 우리를 돕는데 표정 관리 하나 제대로 못해요?

어른들이 당신 눈치를 보고 쫓기듯 가시는 것 못 봤어요?’ 라며 저를 나무랍니다. 


요즘 저는 마치 제 몸에 불편한 옷을 꾹 참고 억지로 입고 있다가 이제는 벗어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내는 제 심정은 헤아리지 않고 처가 식구 표정만 보이는 모양입니다

이 불편함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그 동안 많이 참고 견뎌오셨군요.

아내가 부모님 표정 살피느라 남편을 야단칠 때는 세상에 내 편 들어줄 사람 하나 없는 서러움에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처가 식구들의 관심과 배려가 고맙게 여겨지다가 지금은 불편함이 되었군요.

결혼은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두 사람이 가족을 이루어 함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전적으로 처가 문화에 동화되어 버렸으니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자신의 문화를 존중 받지 못하고 경계 없이 생활하면 대부분 불편하기 마련입니다.

좋은 울타리가 좋은 관계를 만든다’ 라는 영국 속담이 이런 상황에 대한 지혜입니다

처가 식구들은 당신의 침울한 표정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억지로 맞추는 줄 전혀 몰랐으니까요.

억지로 참고 표현하지 않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입니다

설명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아내에게는 설명을 해야 합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부모님의 표정은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말 배우기 전부터 익숙하게 읽어온 감정 코드니까요.

부부라도 설명을 하지 않으면 속마음을 해석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설명을 해야 이해도 되고 이해가 되어야 배려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요.

난 이럴 때는 쉬지 못해서 마음이 불편해져. 그런 날은 나 혼자 있는 시간을 갖게 해주면 좋겠어’  라고.  

두 아이들은 외동으로 자란 아버지가 어린 시절 겪은 외로움은 없이 지내는군요

그리고 조부모님 사랑을 받으며 심리적으로 안전하게 지내는군요.

세상에 공짜는 없답니다. 당신의 불편함은 어쩌면 이런 행복의 대가이기도 합니다.

  

, 이제 슬슬 때를 기다리시다가 지혜롭게 울타리를 만들고 또 처가와 멀어지는 연습을 하세요

아내에게 잘 설명해서 이해를 구하십시오.

그리고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동안 처가 식구들과 만나 행복했던 일과 고마웠던 일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