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 갈등 / 재혼 가정 ] 재혼 생활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페이지 정보

본문
Q.
50대 후반 재혼남입니다. 재혼 한지는 3년 되었습니다.
첫 결혼은 15년 만에 정리했고, 집과 두 아이의 양육권을 모두 양보하고 저는 몸만 나왔습니다.
그 후 계속 열심히 일을 했고, 종교를 가지게 되어 세례도 받았습니다. 물론 그간의 홀아비 생활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생스러웠습니다.
혼자 투병 생활을 했고, 우울증에도 시달렸으며, 급기야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지인의 소개로 동갑인 현재 아내를 만났습니다. 여성스럽고 음식 솜씨도 있고, 특히 저의 어머니에게 극진하게 대했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내도 전 남편과 헤어진 후 20년 동안 혼자 외롭게 지내온 처지였습니다. 자녀나 양가 친인척이나 우리의 결혼을 방해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맛있는 밥도 먹고 나란히 잠자리에 드는 것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결혼생활이 행복한 것은 잠시였습니다.
재혼 후 두 달여 만에 저희 부부는 둘 다 고집이 아주 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함께 살면서 엄청나게 싸웠습니다.
한 번은 프로야구 광팬인 저는 퇴근하자마자 바로 TV 채널을 돌렸습니다.
그때 아내가 ‘지금 내가 드라마 보고 있는 거 안 보여? 당신 야구만 중요해? 매사가 당신 마음대로 하잖아!’
그렇게 고함을 지르고는 저녁상을 차리지도 않고 집을 나가 찜질방에서 자고 들어왔습니다.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됩니까? TV 채널 돌린 게 밥도 얻어먹지 못할 만큼 나쁜 짓입니까? 충분히 좋게 말할 수 있잖습니까?
다음 날이 생활비 주는 날인데 저는 일부러 주지 않았지요.
그랬더니 아예 일주일을 밥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가 무조건 빌고 들어가 수습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걷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자 저는 몇 달째 돈을 끊었고, 아내는 집을 나가 들어오지 않더니 이혼하자는 통지서를 보내왔습니다.
제 인생에 두 번째 이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제 60이 되어가는 데 그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밥 먹고 산책하며 잘 살고 싶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오랫동안 외로이 살다가 조심스럽게 결정한 재혼이라 실망이 크시겠군요. 지금은 당장 확실한 자세를 취해야 할 위기 상황이군요.
두 분 다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며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서 각자 자각하지 못하는 ‘고집’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고집은 자신만의 생활 양식이지요.
사실 부부 생활을 한다는 것은 각자의 방식이 공존하면서 일어나는 불편함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조율하고,
상대방의 감정과 기대와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과 기대와 원하는 바를 매일 매일 반복해서 잘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두 분은 이렇게 끊임없이 배우자와 맞추어 가는 과정이 생략된 편하고 단순한 생활을 해 왔습니다.
재혼은 지금까지의 외로움과 자유로움을 버리고 함께하는 즐거움과 함께 상대방에게 구속되는 생활을 선택하신 것입니다.
사실 아내가 밥상을 차리지 않는 행동은
‘내가 화가 났으니 사과해요!’ 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것은
‘나도 호락호락 하지 않아!밥도 얻어먹지 못하는데 내가 생활비를 내놓을 바보는 아니지!
당신 그 더러운 성질 머리를 반드시 고치고 말겠다!’ 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 것은 경제 폭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내와 결혼생활을 꼭 유지하고 싶으시다면 무조건 미안하다고 사과 하십시오.
그리고 꼭 함께 살고 싶다고 전하세요. 당신에게 그렇게도 중요한 맛있는 식사와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으세요.
그리고 아내가 화가 나면 왜 밥을 안 하고 집을 나가는지 그 연유를 물어보고 귀 기울여 잘 들어보세요.
그런 행동 선택에는 반드시 아픈 사연이 있답니다. 큰 두려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내를 깊이 이해하게 되면 더 사랑이 깊어지고 따뜻한 연민이 올라올 것입니다.
- 이전글[ 가족 갈등 / 개인 심리갈등 ] 부가 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17.01.13
- 다음글[ 가족 갈등 ] 어머니가 쓰러지셔서 집을 정리했는데, 아버지가 화를 내십니다. 16.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