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 양육 ] 7살 아들이 원형 탈모증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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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맞벌이를 하고 있는 7살, 3살 자녀가 있는 30대 여성 입니다. 회사 근무와 육아가 거의 전쟁 수준입니다.
저희는 출근이 빨라 7시 15분이면 온 가족이 집을 나섭니다. 두 아이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가고 저희는 회사로 출근합니다.
그리고 밤 9시가 넘어서야 야간 운영을 하는 어린이 집에 맡겨진 아이들을 찾아서 퇴근합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2시간 먼저 가고 5시간 늦게 돌아오는 형편입니다.
저는 거의 파김치가 되어있는 상태로 또 집안일을 합니다. 남편은 11시가 넘어서 퇴근합니다.
귀가한 아이들은 씻고 바로 잤으면 좋겠는데 저를 붙들고 놀아 달라고 합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아이를 상대할 힘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솔직히 귀찮고 놀아줄 여유가 없습니다.
자연스레 짜증도 많이 내게 되고 시키는 것을 제대로 못하면 때리기도 합니다.
어린이집에 가장 늦게 까지 우리 아이들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것을 보는 제 마음도 좋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큰 아이가 친구들을 때리고, 깨물어서 다른 학부모들의 항의가 있다고 합니다.
거기다 손톱도 깨물고, 가끔 똥도 지려 친구들이 놀린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머리에 동전만한 원형 탈모 증상까지 나타났습니다.
남편은 그 이야기를 듣고 당장 시어머니를 집에 오시게 하자고 합니다.
남편은 진작 어머니께 부탁하자는 것을 제가 이래 저래 미루어 왔습니다. 어머니는 지금 당장이라도 오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오시면 손주들을 편안하게 챙겨줄 분입니다. 그러나 저는 되도록 어머니에게 부탁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성격이 급하고 대강 편한 대로 사는 스타일이라 어른 눈에 제 살림 솜씨는 영 낙제 점수입니다.
아마 어머님이 저의 집에 오시면 우리 집을 어머니 방식대로 바꾸어 놓으실 것 같습니다.
그게 너무 싫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전쟁 수준’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정말 힘든 상황이군요.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 두 자녀 양육과 가사만 해도 우울증이 걸릴 정도로 어렵다고들 하는데,
근무시간이 만만찮은 직장 생활까지 하시니 어려움은 당연한 것입니다. 짧은 지면에 못다 표현한 어려움이 더 많으리라 짐작이 갑니다.
아이들은 한참 병치레하는 나이라 급히 병원이라도 가야 하는 상황에는 눈물까지 흘렸겠지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적도 여러 번 있었겠지요.
그런데 큰 아들의 상태는 심각합니다. 관심과 사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이러한 결핍이 공격성으로 표현되고 있네요.
심리적으로 얼마나 힘든지는 틱 증상과 원형 탈모증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부모의 도움을 요청하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지금 당장 그 어떤 치료보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같은 시간에 등원하고, 같은 시간에 귀가하고, 집에서 편하게 가족들과 지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많이 안아주고, 많이 눈 맞춤하고, 찰싹 붙어 앉아 책을 읽어주는 양육자가 필요합니다.
눈치보지 않고 동생과 치고 박고, 어른에게 떼쓰는 시간이 절대 필요합니다.
어린 자녀를 낳고 키우는 엄마는 온 국가가 나서서 도와야 할 판인데 사랑이 있는 할머니가 도운다면 너무 좋겠지요.
물론 음식이며, 집안 정리며 아이들 훈육 문제 까지 엄마의 생각과 절대 일치할 리가 없지요. 당연히 스트레스가 있을 것입니다.
어머님과 살림 솜씨 경쟁은 하지 마세요. 저는 어머니께 도움 요청하는 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만약 지금 당장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더 염려스러운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어린 자녀를 위하여 엄마의 자유를 조금 양보하세요.
어머님께 부탁할 목록을 작성하고, 정식으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계약 차원'의 대화를 권합니다.
남편에게 불편한 심정도 미리 얘기하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아이를 위해 엄마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미래를 위해 큰 투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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