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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족을 위하여 (상담사례 모음)

[ 가족 갈등 / 개인 심리갈등 ] 결혼 후 저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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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517회 작성일 18-05-0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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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결혼 17년 차 여성입니다. 저는 요즘 결혼 생활이 너무 힘듭니다. 20살, 대학 실패 후 재수 시절 남편을 만났습니다.

그 당시 남편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믿음직한 성당 오빠였습니다. 우울했던 재수 시절 저의 위로자였습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포기하고 결혼 했습니다. 남편은 시 부모님의 가게에서 다른 직원 없이 가족끼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시댁 어른들은 젊은 시절부터 억척같이 일하셔서 사업체를 일구셨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성격은 거칠고 돈에 대해 인색하신 분들입니다. 저는 시 부모님이 늘 무서웠습니다.

"이거 다 너희들 것이다. 그러니 알아서 잘해라." 라는 말을 늘 하십니다.


남편은 시 부모님 사업체에서, 저는 시댁에서 성실하게 어른들이 요구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 후에 분가하여 살긴 했지만 일절 가사에 손을 안대시는 어머님을 대신하여 저는 두 집 살림을 했습니다

그 뿐 아니라 가게에 점심도 해다 날랐고, 일손이 부족하면 친정 어머니 까지 동원하여 저의 집 살림과 아이들을 맡겼습니다

저는 결혼과 함께 월급 없는 시댁의 집사가 되었던 거죠. 남편의 월급은 겨우 생활비 정도이고 지금도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제사를 저희 집에서 지내게 되자 명절, 제사 때면 친척 어른들이 저희 집으로 오십니다

숙모님들도 제사 지내는 며느리라고 칭찬은 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는 않았습니다. 어머님도 손님처럼 오셨다가 잔소리만 하고 가시고요.

저는 시댁 요구를 한 번도 거절을 해 보지 못하고 영원한 신입 사원처럼 절절매며 지냅니다.

시어머니가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집에는 사람이 잘 들어왔다." 라고 하시는 걸 보면 저에 대한 큰  불만은 없었던 듯합니다.


최근 저는 많이 우울합니다시집에서는 마치 종처럼 부림을 당했다는 느낌입니다

결혼한 이후 제 맘대로 해본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남편은 전혀 제 편이 아닙니다. 본인도 부모님 앞에서는 바보처럼 절절매고, 저나 아이들 앞에서는 짜증만 냅니다

경기가 안 좋아져 가게도 예전만 못하고 어쩌면 정리를 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모든 것이 막막합니다. 결혼 생활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입니다


 

A.

그저 어른들의 말을 믿고, 주어진 역할만 묵묵히 하며 살아오셨군요

그런데 이 나이가 되도록 무엇 하나 손에 쥔 게 없는 허무함 때문에 무척 힘드시겠습니다

탄탄한 미래를 보장 받을 거란 어른들의 예언이 빗나갔군요

그리고 그동안 직장과 가족의 구별 없이 구속된 위치 때문에 자유와 기쁨이 없는 생활의 연속 이었군요

지금은 돈도, 부부 관계도,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도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군요

남편과 함께 두 사람 모두 직장에서 해고의 위기에 내몰린 기분일 것 입니다.

결혼 17년차 이면 자연히 나이에 관계없이 가족 생활 주기 '중년기'에 해당됩니다.

아이들의 숨 가쁜 양육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기입니다자신의 삶을 재정비하는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해 보는 것을 권합니다.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보는 것입니다. 시댁 집사 노릇은 은퇴하세요.

시댁 어른들께는 할 수 있는 것만 하십시오. 할 수 없는 것은 거절하십시오

결혼을 그만 두고 싶은 마당에 무엇이 두렵습니까?  지금까지 살아 온 성실과 충성심이면 어떤 일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 봅니다.


남편도 많이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년이 되도록 가족 사업체에서 계속 일을 하다 보면 부모 -자녀 관계도 어릴 때의 패턴에 머물러있기 쉽습니다

부모의 가치와 신념을 의심 없이 믿게 되고, 폐쇄된 가족 안에서 유연성 없는 사고로 경직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가족최면이라고 합니다. 남편도 혼란스럽고 불편감이 많겠지요

그렇다고  시 부모님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주관이고 삶의 양식일 뿐입니다

자녀는 부모를 보면서 어릴 때는 부모를 사랑하고, 자라면서 부모를 판단하며 혼란기를 겪다가, 마지막으로 깊은 이해를 하게 되지요.

먼저 자신을 추스린 다음, 남편을 공감하며 두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세요.

위기는 바로 또 다른 기회이기도 합니다

용기를 내면 세상이 또 다르게 보입니다.  자신을 찾고 사랑하는 멋진 기회를 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