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 개인 심리갈등 ] 현명한 어른노릇이 고민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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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두 아들을 둔 60대 주부입니다. 최근 둘째 아들이 결혼을 하면서 이제 두 며느리를 거느린 시어머니가 되었습니다.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큰 며느리는 전문직 커리어 우먼이라서 안 사돈이 살림을 거의 도맡아 살아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명절이나 휴일에 애들이 오면 그저 음식 대접이나 하고 즐거운 대화만 나누다가 설거지조차 시키지 않고 보냅니다.
큰 며느리는 지금까지 공부만 하고 일만 하면서 살아왔으며 그렇게 해도 칭찬만 받았습니다.
게다가 아들 내외가 금슬 좋게 지내고 신앙 생활까지 하며 아이들 잘 키우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제 입장에서는 안 사돈의 수고로움에 늘 감사하며 뭐라도 선물 될 만한 것을 챙겨서 보내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새 식구가 된 둘째 며느리는 맞벌이 부모님 대신 일찍부터 집안일을 거들어온 착한 맏딸로 성장했답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이틀 머무는 동안 일입니다. 첫날을 지내고 다음날 저는 잠시 볼 일을 보러 나갔습니다.
외출에서 돌아오니 우리 부부를 위해 떡 하니 정갈한 저녁상을 차려 놓았습니다. 저는 울컥하며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억눌렀던 옛 감정이 울컥 올라왔습니다. 저는 막내 며느리였지만 결혼 후 지금까지 시댁 근처에 산다는 이유로,
다른 동서들이 직장 생활 한다는 이유로, 모든 시댁 행사를 저 혼자 도맡아서 처리하며 살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스스로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모든 가족이 당연히 여기게 되고 해가 거듭될수록 어머니께는 서운하고,
형님들께는 억울하고, 남편에게는 야속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어른들이 돌아가신 지금은 형님들과 소원하게 지내고 있고 지금도 그 사연만 나오면 남편에게 화를 냅니다.
그래서 제가 더더욱 큰 며느리를 깍듯하게 대접했는지도 모릅니다.
제 턱밑에서 반찬이 맛있는지 간은 적당한지 염려하는 고마운 둘째 며느리를 보면서 고민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다 함께 만나면 큰 며느리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나?
며느리 둘이 자기 도리에 대해서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미워하면 어떻게 하지?
어른으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될까 걱정이 많습니다.
A.
두 자녀를 잘 가르치고 결혼 까지 시키고 새 사람을 맞으셨군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을 이루셨습니다.
씩씩하고 능력 있는 큰 며느리도 고맙고 음식 솜씨 있고 어른 공경할 줄 아는 둘째 며느리도 마음에 드시는군요.
이제는 집안의 진정한 지도자로서 처신을 걱정해야 하는 연세가 되셨습니다.
지금까지 며느리 입장으로 살아온 30여 년 세월 동안 가졌던 묵은 감정들이 올라와 많이 복잡하시군요.
그 당시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듣지 못하셨군요.
시 어머님께서
"얘야 너무 고맙다. 이번 명절도 그저 네 덕에 잘 지나갔구나. 네가 옆에 있어서 정말 든든하다." 라고 한 말씀하셨더라면,
멀리 살아서 소홀했던 형님들이
"동서! 함께 하지 못해 정말 미안해. 동서가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 선물 받아주면 좋겠어" 라고 했었다면
그리 억울하지는 않았겠지요.
그리고 남편이
"여보 당신이 우리 부모님께 이렇게 성의껏 잘해주어 정말 고마워. 당연히 내가 다 해야 할 일인데 당신이 대신 해 주었구먼. 사랑해"
라고 하면서 처갓집에 더 잘했더라면 야속함이 지금까지 남아있지는 않았겠지요.
멀리 살고 있는 상황, 직장 일로 바쁜 상황은 어쩔 수 없지만 적절한 표현이 생략되어 지금까지 마음속에 앙금이 남은 것 같습니다.
좋은 시어머니로 남고 싶고, 며느리들이 서로 사이좋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시지요?
가족 안에서 각자의 역할이 언제나 공평할 수도, 꼭 같을 수도 없습니다.
아랫사람들이 가진 좋은 점만 생각하고 그것을 꼭 말로 표현해 주세요.
고맙다는 생각이 들면 직접 말이나 행동으로 감사 표시를 하시고요. 그리고 잘 지내고 싶다고 말하세요.
지금까지 해 오신 것처럼 인정하고 믿어주면 젊은이들은 금방 잘 따라 배울 것입니다.
어떻게 처신하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부모가 있는 집은 아름다운 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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