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갈등 ] 사돈 댁과 상견례에서 마찰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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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결혼 적령기 딸을 둔 엄마입니다.
딸은 5년 간 사귀던 남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하고 양가 어른들이 상견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아주 난처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는 사윗감이 듬직하고 우리 딸을 많이 아끼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고 사돈 댁 어른들도 성실하신 것 같아서 안심했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되어가려니 생각했지요.
저는 무남독녀인 우리 딸의 첫 보금자리 마련에 돈을 넉넉히 보탤 생각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견례 자리에서 바깥 사돈께서 젊어서 고생하는 것이 세상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며 신혼 살림을 작은 원룸에서 시작하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야기 나왔을 때 이참에 확실하게 해두고 싶어서 신혼 집 마련은 아예 저희 쪽에서 알아서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바깥 사돈께서 그렇게 하면 젊은이들을 나약하게 만든다며 일언지하에 저의 제안을 묵살해버렸습니다.
그 순간 얼굴이 화끈하도록 무시 당했다는 수치심에서 그만 저도
"초라한 곳에서 우리 딸 고생 시키고 싶지 않다." 라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일부러 아이들을 고생 시키려는 놀부 심보로만 보였습니다. 결국 상견례 자리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어색하게 끝났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화가 풀리지 않아 "이 결혼 승낙 못한다." 는 말까지 했습니다.
물론 파혼까지 생각하고 한 말은 아니었고 단지 사돈 댁에서 우리 의견을 존중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아이들 살림에 일일이 간섭하는 드센 장모가 있는 집과 사돈 맺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아니 제가 드세다니요. 딸 신혼 집 마련해주는 엄마가 왜 드세단 소리를 들어야 합니까?
우리 딸은 울며불며
"엄마가 한번만 잘못했다고 말해주세요. 저는 아무데서나 시작해도 좋아요." 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속으로 사돈 댁에도 득이 되는 제안이니 결국 제 뜻대로 될 거라고 생각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딸과 남편은 제가 뜻을 접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A.
고이고이 키운 딸이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게 되었군요.
결혼 과정이 순조롭지 않아 많이 힘드시군요.
그 흔한 예단이나 혼수의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경제 지원을 하겠단 제안을 거절 당해서 더 더욱 속이 많이 상하셨군요.
따님의 신혼 살림이 예쁘게 시작되는 걸 보고 싶은 친정 엄마의 로망이 무너지셨군요.
젊은이들이 이것저것 많이 준비해서 신혼 생활을 큰 어려움 없이 행복하게 시작하도록 도와주고 싶은 게 친정 부모의 마음이지요.
부모의 경제적 도움이 있으면 한결 수월하게 살 수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좋은 마음으로 제안했었는데 무참하게 거절 당하고, 더구나 기센 장모 자리 취급까지 받게 되어 마음을 돌리기 싫으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돈 댁에서 왜 그렇게 단호하게 거절했을까요?
결혼 전 상견례 자리에서는 통상 신랑 쪽에서 주도적으로 일을 풀어 나가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다가 갑자기 신부 쪽에서 주도적으로 나서는 모습에서 혹시 당황하지는 않았을까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집 마련에서 주도권을 요구하는 사돈의 말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까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해야 한다는 자신의 인생관을 사돈이 비웃는다고 생각하고 화가 났을까요?
지금 신부 측에서 먼저 양보하기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요?
요즘 삼포 시대라는 말이 있지요. 현재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할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 시대라고요.
자녀가 일을 찾고 배우자 감을 만나 결혼을 약속하는 일은 너무나도 감사한 일입니다.
딸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기를 원하는 것 맞으시지요?
딸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은 것 맞으시지요?
어머니가 멋지게 한번 져 주세요.
딸은 어머니를 통하여 삶의 중요한 시기에 융통성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지혜를 배울 거예요.
앞으로 다른 방법으로 딸을 적절하게 도울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이라 봅니다.
사돈에게 통 크게 사과하고 양보하시면 아주 멋있는 친정 엄마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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