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갈등/ 개인 심리갈등 ] 폭력을 휘두른 아버지를 다시 받아준 가족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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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30세 미혼이며 딸 셋 중에서 장녀입니다. 어린 시절 저의 부모님은 정말 많이 싸우셨습니다.
아버지는 알콜 중독이었으며 같은 직장에서 1년 이상을 버티지 못하셨습니다.
술을 드시면 주사가 심해서 집기를 던지고 부수며 가족들을 못살게 굴었습니다.
어려운 살림살이는 늘 어머니 몫이었습니다. 슈퍼도 운영하고 반찬 가게도 하다가 지금은 요양 보호사로 일하십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저희를 포기하지 않고 세 딸을 교육시키는데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아버지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사나워져서 어머니에게 폭력까지 행사했습니다.
하루도 평화로운 날이 없었고 저희들은 늘 불안했습니다.
장녀인 저는 아버지에게 대들기도 하고, 말리기도 하고, 어머니를 야단치는 역할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동생들의 부모 역할도 했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세상에서 제일 미워했습니다.
늘 아버지 없는 세상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었습니다.
3년 전 어머니를 폭행하는 끔찍한 일이 있고 난 다음 저희들이 나서서 부모님 이혼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마침내 저희 집에 평화가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어느 날 아버지가 다시 집에 돌아 오셨습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몸이 불편하여 초라하게 지낸다는 말을 듣고 어머니가 집으로 모셔 왔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동생들이 저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혼자가 된 아버지와 왕래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얼마나 분노했는지 모릅니다.
앞뒤 분간도 못하는 동생들에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철저히 벌을 받고 고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퇴근을 하면 누워 계신 아버지 병 수발을 하는 어머니 모습을 보면 속에서 열불이 납니다.
며칠 전 제가 참다 참다 술을 먹고는 가족들에게 화를 폭발했습니다.
저는 우리 집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어리석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참을 수가 없고 너무 괴롭습니다.
A.
어린 시절부터 폭력 가정에서 마음고생이 많으셨군요.
그리고 부모님 두 분이 건강하게 자녀들의 보호자 역할을 못하셨군요.
자신을 보살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동생들의 울타리 역할을 대신 해오며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짐작 됩니다.
아동기 때부터 동생들의 부모 역할까지 해 오셨군요.
지금 현재 동생들보다 유난히 격분하는 이유도 어린 시절 따뜻한 부모님의 사랑으로 채워지지 못한 욕구 불만으로 보입니다.
알콜 중독자 가정이나 폭력 가정에서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자녀들은 어린 시절부터 어른처럼 철든 모습으로 지냅니다.
특히 장남이나 장녀 위치에 있는 자녀들은 그렇게 많은 감정들을 억압하며 성장하다가
성인이 되면 오히려 아동기의 감정 상태(감정 조절이 어려운)가 되어 가까운 가족들을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자신의 모습을 탐색해보며 스스로 위로하고 사랑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머니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으시겠지요. 어머니는 결혼을 하면서 아버지를 선택했습니다.
아마 어렵고 힘들어도 함께 하기로 결심을 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어려움이 있어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술만 안마시면…, 폭력만 없으면…' 하고 수없이 되뇌었을 것입니다.
이제 아버지는 술도 못 마시고 폭력도 행사할 수 없고 잔소리도 없는 상황입니다.
어머니가 충분히 함께 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어머니는 결혼 때 결심한 것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의 결혼은 부모님의 몫입니다.
30세가 되면 이제 독립해서 자신의 삶을 꾸리는 나이입니다.
이제 원가족과는 감정적으로 독립을 하고 가장의 역할도 내려놓으세요.
그리고 아버지께 살갑게 구는 동생도 수용하세요.
동생들은 아버지의 나쁜 모습에 대한 복수심보다 생명을 준 아버지에 대한 충성심과 측은지심이 더 강한 모양입니다.
이제 무거운 책임감은 벗어버리고 자신을 더 돌보고 사랑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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